감귤 간벌이 시급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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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 연구관/ 논설위원
올해도 어김없이 간벌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지난 1월 31일까지 신청 접수가 마감될 예정이었지만 신청이 너무 저조하여 접수 기간이 지난달 말까지 연장됐었다고 한다.

더구나 간벌 목표가 작년 1000ha 비해 절반인 500ha으로 낮추어 설정했는데도 간벌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해에 감귤 품질이 좋아 높은 가격이 형성되었던 이유일까? 아니면 간벌을 해서 손해를 본 적이 있거나, 아니면 간벌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달라진 것이 없어서일까? 심지어 “대농 감귤원만 간벌이 되면 소농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라고 주장하는 농업인도 있다. 과연 그럴까?

소농과 대농에 대하여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어느 쪽이 높은지 체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경험에 의하면 감귤가격이 높게 형성될 적에는 일정 면적까지는 높았으나 최근에는 감귤가격이 월동채소보다 밑돌고 있어 대농 감귤원은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계유지형 소규모 감귤원에서 간벌작업이 우선시되어야 된다.

지난해에는 간벌된 감귤원에서 품질이 향상되었으면 되었지 밀식원에서 당도가 높았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밀식에 의해 수관하부에는 햇볕이 스며들지 못하여 낙엽지고, 가지가 고사되어 감귤이 달릴 가지가 없는데도 감귤이 많이 달려 품질이 향상되었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투명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곧잘 유행하고 있는데 감귤원도 속 시원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즉, 간벌에 의해 나무와 나무사이가 벌어져서 사방 골고루 햇빛이 침투되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서로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고, 농장주와도 소통하는 모습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다공질필름 멀칭에 의해 고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크게 성공하지 못한 원인은 밀식 때문이다. 다공질필름이 반사 능력이 높다고는 하지만 밀식원에 멀칭을 한들 햇빛이 스며들지 못하는 데 어떻게 빛이 반사될 수 있단 말인가.

감귤나무 수령이 25~40년생이 되는 등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나무들에도 문제가 있다. 1차 간벌이 끝난 후 3~4년 이내에 2차 간벌이 되어야 되는데도 현재까지 간벌된 면적이 1만1000ha 정도라고 한다. 잔여 면적이 약 7000ha 남아 있는데다 2차 간벌도 해야 하는데 1·2차 간벌에 의해 독립수가 되어 맛있는 감귤을 주렁주렁 달아 농장주에게 바칠 기회가 전혀 없는 감귤나무들도 있을는지 모른다.

또한 정부에서 간벌에만 올인하다 보면 언제 FTA 대책을 수립하고, 감귤 생산현장을 변모시킬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도 크다. 비용을 지원하면서까지 독려하고 있는 간벌에는 시큰둥해 하면서도 FTA 대응 지원사업은 확대되지나 않을까 하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면 이는 농업인들의 크나큰 계산 착오가 아닐 수 없다.

다공질필름 멀칭재배나 하우스재배를 한다 하더라도 간벌을 한 연후에 독립수를 만들어 줘야 소비자가 바라는 고품질의 밀감을 생산할 수가 있다. 브랜드 감귤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2번부터 6번까지는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반면에 7·8번과는 절반가격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 중소과는 수관 중하부에, 대과는 상부에 달린다는 착과생리를 알고 있는 농업인라면 간벌사업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간벌을 해야 나무와 나무 사이가 벌어져서 여름, 가을의 강한 일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토양 건조도 용이해져 감귤 품질이 향상된다는 것을 모르는 감귤농업인은 없으리라 본다. 지금 당장 간벌사업에 동참하자. 고품질 제주 감귤 생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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