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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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點冬心 朶朶圓(일점동심 타타원) 品於幽澹 冷寯邊(품어유담 냉준변) 梅高猶未 離庭切(매고유미 이정체) 淸水眞看 解脫仙(청수진간 해탈선)”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지에서 쓴 시 ‘수선화’다.

“한점의 겨울 마음이 송이송이에 원만한데/ 그윽하고 맑은 품세는 차갑도록 빼어났구나/ 고상한 매화는 겨우 뜰안에 피었는데/ 맑은 물가에서 진짜 신선(수선화)을 보는구나”.

추사는 스물 네살 때, 중국의 연경에서 처음 수선화에 반한다. 세월이 흘러 55세 되던 해 제주에 유배를 온 추사는 지천으로 널린 수선화를 가까이 두었다.

당시만 해도 수선화의 뿌리를 말과 소의 먹이로 사용할 정도였다. 내팽개쳐진 수선화를 보는 추사의 처량한 심정이야 헤아리고도 남는다. 그래도 ‘일점동심 타타원’이라는 절창이 남겨졌으니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숙종 15년 2월 제주에 유배 온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문집 ‘송자대전 권2’에도 유배시 15수가 전한다.

“漢拏山下號瀛州(한라산 아래를 영주라 이름하나) 山上猶看丈雪留(산 위에 아직도 길 눈이 쌓였네) 緬憶橋山花爛漫(멀리서 생각컨데 교산엔 꽃이 난만하고) 應隨油粉薦雙丘(제수를 만들어 부모 산소에 올리라)

83세의 고령인 우암이 돌아가신 부모의 산소를 생각하면서 읊은 시다. 제주의 산 위에는 아직도 눈이 한 길이나 쌓였지만 멀리 고향의 교산에는 꽃이 난만했을 것이라는 정감을 얘기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에는 많은 유배시들이 전해진다. 동계 정온, 충암 김정, 면암 최익현, 규창 이건, 운양 김윤식, 북헌 김춘택 등등.

제주 유배인들이 특별히 꽃을 노래한 유배시를 모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결명자, 대나무, 해바라기, 매화, 귤, 봉선화, 석류, 소나무, 유자 등 제주의 꽃이 다양한 시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유배길에서 꽃차를 만나다’ 전시.

‘일점동심 타타원’으로 핀 추사의 수선화를 보며 봄꽃이 난만할 것이 기대되는 절기다.



김홍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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