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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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에서 영양의 영원한 천적은 치타다.

영양으로선 사자도 따돌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치타에겐 역부족이다. 시속 110km의 속력으로 덤벼드니 웬만한 거리에선 꼼짝 못한다. 그러나 치타 입장에선 영양이 간단치가 않다. 방향을 이곳저곳으로 틀며 달아나기 때문에 헛힘만 빼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 영양에 대한 치타의 사냥 성공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처음부터 치타가 잘 달렸던 것은 아니다. 잽싼 영양을 사냥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한 결과가 지금의 치타로 거듭났다. 영양도 그랬다. 살기 위해 죽어라 도망을 치는 법을 배웠기에 적당한 거리만 유지되면 사자를 봐도 그리 겁을 내지 않게 됐다.

서로가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 지금의 치타와 영양을 만든 셈이다. 진화론적으론 이를 공진화라 한다. 함께 살며 서로를 자극해 진화했다는 말이다.

◇ 공진화는 ‘레드퀸(Red Queen)효과’로 불린다. 레드 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루이스 캐럴의 ‘거울을 통하여’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레드퀸(여왕)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앨리스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그 이유를 여왕에게 묻는다. 여왕은 의아스런 눈빛으로 말한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위해선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라야 한다.”

소설속 여왕이 내세운 가설은 생물학자들의 공진화 이론으로 체계화됐고, 그 결과 ‘레드퀸 효과’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 여왕의 말은 생태계에선 분명 진리다.

치타 1세대가 달리기에 만족했다면 치타 2-3세대는 이미 능숙 능란하게 달아나는 법을 배운 영양을 더 이상 사냥 못해 굶어 죽었을 것이다. 그 반대였다면 영양도 일찍이 치타의 먹이 감으로 멸종했을 것이다.

둘 다 뛰고 뛰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경쟁이 있는 곳엔 이 같은 룰은 그대로 적용된다. 경제계는 물론이고, 지역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뛰어야 한다. 더 나아가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여왕의 지적대로 열심히 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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