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 노릇, 쉽지 않아요
요즘 학부모 노릇, 쉽지 않아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성열. 경남대 부총장/교육학
새 학년도를 맞이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는 ‘학부모’로서 새롭게 탄생한다. 중등학교 학부모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역할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역할이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학부모가 되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며, 긴장하기도 한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은 자녀를 키울 때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자녀교육에 바람직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알려주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학부모는 가정에서 자녀들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학교에서 요청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학부모들은 한편으로는 학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스스로 높은 기대를 가지고, 무언가 자녀들의 교육과 관련하여 이전과는 다르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또한 누군가가 “요즘 시대는 학부모의 공적(公的)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듯이,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교육에의 참여가 제도화되면서 개인적 수준에서 자녀를 돌보는 것을 넘어 학교교육을 위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학부모가 스스로가 기대하거나 밖으로부터 요구받는 역할들은 매우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공부에 단순히 도움을 주는 ‘학습도우미’의 역할을 넘어서서 자녀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계획하고, 다양한 학습자료 중에서 적절한 것을 가려내는 ‘학습설계사’로서 역할하고자 한다. 특히,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교육현장의 변화와 더불어 금년 3월부터 주5일제 수업의 전면적 시행은 학습설계사로서 학부모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단위학교 의사 결정에의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는다. 학부모들은 이제 소극적으로 학교의 요구에 응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운영과 학교교육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학교가 개방화되고 민주화되면서 이러한 적극적인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이 외에도,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의 후견인으로서 교육 전반에 관한 학부모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주장하는 ‘학부모 권리 주창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도 하고, 또 그렇게 하기를 요구받기도 한다. 예컨대, 체벌금지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학부모들이 있듯이, 그들은 자녀들이 보다 좋은 교육여건에서 학습자로서 존중받으면서 질 높은 교육을 받기를 원하고 요구한다. 오늘날 학부모의 역할은 이렇게 가정에만 한정되지 않고, 단위학교와 사회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학부모들은 안팎의 기대와 요구에 의하여, 과거에 비해 “짐이 더 무거워진 학부모”로 바뀌며, 학부모 노릇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왜 그런가? 아마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변화하는 학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면 경청에 앞서 큰 소리로 야단만 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자녀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복잡한 대입요강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학부모 노릇하기 어렵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과 부담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학부모들에게만 맡겨놓을 것은 아니다. 변화된 학부모로서의 역할 수행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 인식에 터해 학부모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의 학부모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찾아가는 학부모교실’과 같은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학부모들이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그리 용이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은 자녀를 돌보거나 학부모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 부부 모두 일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협력하여 학부모들이 자녀를 돌볼 수 있고, 학부모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환경적,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주5일 근무제나 근무시간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필요시 적절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은 학부모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학부모의 도움은 학부모의 역할 수행 역량 강화에 의해서 가능하다”라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