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달과 개구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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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담에 ‘김선달형 인물’이 있다.

지방에 따라 김선달, 정수동, 방학중, 태학중, 정만서 등으로 불리는 이 인물은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면하려고 남을 속인다.

능력에 닿지도 않는 일을 맡고 나서거나 모르는 사람을 아는 체하는가 하면 가짜 부고를 내 부의금을 거둔다.

그 중에 대동강물을 팔아먹는 것은 이 같은 행각중 단연 압권이다.

서도소리의 대표작 ‘배뱅이굿’에 나오는 엉터리 박수 또한 외동딸의 혼령이라도 만나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 거짓 넋풀이를 해주고 재물을 얻는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기승을 부리는 것이 사기꾼이다.

봉이 김선달의 속임수는 고작 밥 한 끼, 술 한 잔을 위한 것이었고 조금 큰 짓이라 해도 가진 자와 잘난 체 하는 자를 상대로 한 것이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은 아니었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미국 영화 ‘스팅’에서 희대의 사기를 치는 것도 그 대상이 범죄로 사회를 좀 먹는 악당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

서민들의 주택을 사기 쳐서 빼앗는가 하면 실직자의 퇴직금을 몽땅 가로채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기란 꼼꼼히 따져보면 분명 허황된 구석이 드러나기 마련인데도 다급한 마음이나 상식을 벗어난 욕심 때문에 당하는 수가 적지 않다.

문제는 사기를 당한 사람은 자신의 ‘사기를 당한’ 상처를 누군가에게 배가 시키려할 수 있다는데 있다.

존 스타인벡의 ‘우울한 겨울’은 선량한 소시민이 현실의 부조리 속에서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선거철이다 보니 ‘개구리족 인생’ 들의 사기 판이 벌어진다.

개구리는 눈앞에 적이 나타나면 몸을 크게 부풀려 힘센 자신을 과시한다.

이것도 일종의 사기로 외적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거 판에서도 이처럼 무리하게 자신을 높여 상대방을 위압하려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개구리는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비상수단을 쓰는데 비해 인간들은 자기욕심을 채우는데 덩치 불리기를 부끄럼 없이 해치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요즘엔 ‘선거 판=사기 판’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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