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
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신입생은 새로운 학교로 진학하고 재학생은 한 학년씩 진급하다보니, 모든 학교는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입학식날의 새로운 각오가 졸업하는 그날까지 이어질 수만 있다면, 학교 문을 나설 때는 학식과 재주가 놀랄 만큼 늘어서 남들이 눈 비비고 봐도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다른 생명체들은 태어날 때도 서로 비슷하지만 성장한 이후에도 서로 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태어날 때는 서로 비슷하지만 성장한 이후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하여 예로부터 인간에게 타고난 자질이 중요하냐 후천적인 학습이 중요하냐는 논쟁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해 공자는 “사람들이 타고난 것은 서로 비슷하지만, 후에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따라 서로 달라진다(性相近也 習相遠也).”고 했다. 타고난 자질보다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찌 유전자나 타고난 자질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공자의 이야기는 각각의 교육 과정에서도 적용된다. 이를테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어린이들은 별 차이가 없고 비슷비슷하지만, 졸업할 때쯤 되면 지식이나 능력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6년 동안 익히고 갈고 닦은 데서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청소년기에도 마찬가지이다. 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서로 엇비슷했는데, 3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얼마나 노력하고 학습했느냐에 따라, 졸업할 때가 되면 엄청 차이가 난다.

대학생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수학능력시험과 내신성적에 따라 대학과 학과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아서, 입학할 때는 특정 대학의 학생들끼리는 또는 특정 학과의 학생들끼리는 지식과 능력에서 그만그만하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는 2년 또는 4년 동안 열심히 연마한 학생들은 문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되고, 두각(頭角)을 나타낸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꾸준한 노력을 당할 것은 없다. 그리고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나 대학에 다니는 동안 견문을 많이 넓히고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면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간 이외의 생명체들은 타고난 유전자와 자라나는 환경에 따라서 그 존재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동식물은 유전자와 환경에 의해 닫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전적으로 그것의 지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인간의 의지와 자기 노력에 따라 유전과 환경을 넘어선 예들이 수없이 많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유전자와 환경으로부터 어느 정도 열려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인간은 유전자와 환경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도 열려 있다. 과거가 현재의 모습을 결정짓지만, 지금의 결단이 이후의 나를 결정짓는다. 인간은 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다. 지금까지는 어영부영 살아왔지만, 지금부터 대오각성하여 새로운 결단을 내린다면 전혀 다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 이 얼마나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말인가. 학생들이여, 새 학년 새 학기가 된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 그리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연마하자. 하여 졸업하는 그 날에 우리 모두 환히 웃을 수 있도록 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