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사망,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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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청의 전. 의경 수가 전국에서 서울지역 다음으로 많고, 해안경비 업무 등을 주로 담당하는 특수성 때문인지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일 날이 없다.

지난달 26일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초소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모 이경(20)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를 보면서 가슴이 떨리지 않은 ‘전. 의경 부모’가 있겠는가.

신 이경의 사망원인을 놓고 이런 저런 의혹이 계속되다가 정작 경찰이 발표한 진상이라는 것은 너무 황당하다.

저녁시간에 인근 바닷가로 용변을 보러 갔다가 실족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경찰이 밝힌 내용 중 더 어이없는 것은 도내 거점 해안초소 51개소 중 화장실이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전경대원들에게 용변을 그때그때 바닷가에서 해결하라고 해왔다는 얘기인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인권침해를 넘어서 심각한 인권유린이다.

또 그 많은 전경대원들이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용변을 해결해왔다면 그 현장과 실태는 어떠하고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경찰은 도민 앞에 소상히 밝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자연발효식 화장실을 설치하겠다고 그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현장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말 X 같다”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안타까운 일” 쯤으로 안이하게 인식할 것이 아니다.

거점 해안초소 근무자들의 생활에서부터 정신건강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재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지휘부의 각성과 민주적 의식을 길러야 한다.

전경대원들을 아무데나 가서 용변을 보면 되는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지휘부가 존재하는 한, 전경부대의 기강도 죽고 사기도 죽을 것이다.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쇄신책을 촉구한다.

이와 함께 전경대원들에게 의무만 강조할 게 아니라, 근무여건의 획기적 개선을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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