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지원과 대학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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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만 3세 미만의 영아에 대한 기본보조금이 도입되고 취업부모의 양육 지원을 위한 ‘아이 돌보미’ 사업이 시행된다고 한다. 또한 가칭 ‘가족친화적 사회환경조성법’을 제정해 관련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고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아직도 미흡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저출산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고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후 대학등록금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가장 많은 대학은 900만원대를 향하고 있었고 대학간의 편차가 심했다. 우물 안 개구리마냥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고, 어떻게 애들 대학 보내겠냐고 했다가 대학교수인 내가 그러면 자기네는 어떻겠냐고 하는 주위의 공격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대학 선택에서의 양극화란 단어까지 등장하고 ‘공부 못하는 게 효자’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나왔다.

쉽게 생각하면 비싼 등록금 걱정할 필요 없이 대학에 보내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실정이 직업 선택시 학력을 무시한 능력인정제가 정말로 보편화되어 있는 가란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을 들어가든지,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생이 되는 방법도 있지만 모든 아이가 일등일 수는 없으며, 자신의 취향과 적성을 무시한 진로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부모들은 자녀의 양육비뿐만 아니라 교육비, 결혼준비금 등등 생활주기에 따라 부모가 지원해 주어야 할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따라서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 도약을, 가족에게 희망을’이란 정책 슬로건을 제시하였지만 얼어붙은 국민의 가슴을 얼마나 녹여 줄 것인가가 걱정이 된다.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책무로 느꼈던 시기를 우리는 살아 왔다. 또한 이 세상 살면서 자식이 있다는 것은 우리 부모들에게 참 많은 뿌듯함을 주고 이 세상에 왔다간 흔적을 남긴다는 의미도 없지 않아 있다. 자식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만 그래도 웃었던 기억이 훨씬 많기에 주위에 결혼하는 분들에게 자식을 꼭 낳으라고 권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변해버리는 세상, 또한 수많은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녀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인하여 안게 되는 패배감에 대한 걱정, 그리고 자녀의 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의 지원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액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 부부들 앞에선 입을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과 없는 가정에서의 자녀 양육에의 투자도 양극화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한 심리적 괴리감까지 겹쳐 자기 자녀만, 또는 자신의 가족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은 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인간의 변화란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녀 양육조차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려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해석을 하게 된다. 그러니 부모가 된다는 것은 책임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바뀌게 되고 이로 인한 저출산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저출산에 대한 원인은 워낙 다양하여 경제적 원인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자녀문제를 염려하는 부부들에겐 가장 민감하게 느껴지는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행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눈을 돌려 하나씩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긴 하나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검토와 보완을 곁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둘플랜(둘이 만나 둘은 낳아야 한다)도 좋지만 기본적인 양육비 지원이나 계속적인 교육비 지원 등이 따라주지 않으면 저출산 대책은 하나의 계획으로만 존재할 수도 있다. 양육비 지원에 혹하다가 대학등록금에 기가 막혀 부모의 길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기지는 않을지 고려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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