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스피에르는 민중의 불만을 정치에 이용했다. 반대세력을 민중의 적으로 내몰아 단두대에 올렸다. 그는 5년도 안된 짧은 집권 기간동안 30만 명을 체포해 프랑스 왕 루이 16세를 비롯해 1700여명을 처형했다. 그가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세계사에 기록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색다른 정치수완을 발휘했다. 핵심세력을 다진 뒤 우호세력을 결집하고, 군중을 설득해 통합하면서 반대세력을 제압했다. 이는 근대 정치의 모델이 됐다. 근대들어 많은 정치인이 그를 모방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 로베스피에르를 권좌에서 끌어 내린 것은 잘못된 정책이었다. 민중을 위해 시행한 정책이 오히려 민중의 분노를 샀다. 그는 우유 값을 반으로 내렸다. 이를 어기는 자에 대해선 체포해 처벌했다. 시행초 민중은 이를 크게 반겼다. 그러나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많은 목축업자들이 우유를 팔아도 사료 값도 건질 수 없게 되자 젖소를 도살했다. 때문에 우유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었고, 암암리에 거래되는 우유 값은 폭등했다. 로베스피에르는 이에 또 다른 처방책을 내놨다. 사료 값을 반으로 내린 것이다. 이번엔 많은 사료업자들이 사료생산을 중단해 버렸다. 또 다시 사료 값도 폭등하고, 덩달아 우유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민들은 간난아이에게 먹일 우유마저 구하기 어렵게 됐다. 폭발한 민중은 그를 그가 만든 단두대로 끌고 갔다.
◇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값’은 포퓰리즘 정치의 문제점과 시장경제 원리를 설명하는데 훌륭한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그의 정책이 인기에만 영합했고,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해 실패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로베스피에르가 남긴 이러한 유산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지구촌의 많은 정치인들은 지금 이 순간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해 소수를 적대시하거나 시장원리에 어긋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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