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귤의 명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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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남 제주대 생물산업학부 교수/ 논설위원
소비자는 명품에 혹한다. 에르메스, 구찌, 루이비통, 샤넬가방 몇 개면 웬만한 자동차보다 비싸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1000만원이 넘는데, 악어가죽 무늬가 들어가면 3000만원도 넘는다고 한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에르메스 지갑은 200만원 가까이 하는데, 1000원짜리 몇 장을 넣고 다닐망정 보통 지갑 열 개와도 바꾸지 않는다.

명품으로 인정되면 소비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명품을 만드는 사람도 어떻게 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품은 생산량과 가격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그 명성을 유지한다. 명품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품질과 디자인과 시장전략의 합작품이다.

감귤에도 명품이 있다. 그런대로 한라봉, 천혜향 등은 일반 감귤에 비해 명품으로 대우 받는다. 그러나 품질을 높이지 않으면서 생산량만 늘리면 지금의 노지감귤처럼 몰락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30년 전 제주감귤은 명품이었다. 사과보다 귀하고 배보다도 먼저 손이 가는 명품이었다. 그러나 생산량만 늘리고 품질은 뒷전으로 밀린 지난 30년 세월이 감귤을 싸구려 하급 과일로 만들었다. 지금은 배 하나와 감귤 열 개를 바꾸지 않는다.

2002년에 제주감귤은 9000t을 수출했다. 9000t 수출시장 규모를 만들어 놓고 저개발국가와 같은 방법으로 감귤을 생산하고 허술한 수출작업을 거쳐 비과학적인 상자에 넣어 부패율이 높은 상태로 캐나다, 미국, 러시아시장에 내놓다보니 지금은 겨우 3000t 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그러나 제주감귤은 잘만 생산하면 최고의 수출명품이 될 수 있다. 제주감귤을 수입해본 나라는 모두 맛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단지, 생산하고 수확하고 포장하고 운반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기술이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국제 과일시장의 명품은 생산이력이 정확하다. 어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생산되었다는 이력서가 따라다닌다. 글로벌 GAP 인증도 받는다. 제주감귤도 대접을 받으려면 생산이력, 글로벌 GAP 인증 등 국제수준의 일괄처리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명품은 국내시장보다 수출을 통해 만들어진다. 삼성과 현대가 편하게 국내시장에만 머물렀다면 절대로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쓰비시의 새턴 엔진을 얹은 포니가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에 지금의 소나타가 탄생했다. 삼성전자가 구걸하다시피 얻어온 ‘내쇼날’의 컬러TV 기술을 기반으로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모두 수출로 국제시장에서 통하는 명품을 만들려는 욕심이 이루어낸 업적이다.

멀고먼 영국으로 감귤 수출을 시도한 것은 영국시장을 통해 명품 감귤이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수입과일에 대해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영국시장의 문을 열 수 있으면 가까운 뱃길의 다른 나라 시장은 제대로 대접을 받으며 저절로 문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대접 받는 감귤수출 시장의 기본 조건이 글로벌 GAP, 생산이력제, 검역, 부패율 5% 이하 등이다. 영국은 시험무대였다.

FTA가 속속 체결되면 국제 수준의 생산이력, 글로벌 GAP, 검역을 통과한 과일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지금과 같은 감귤생산 시스템으로는 절대로 수입과일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감귤수출은 단순히 양에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된다. 명품에 버금가는 귀한 대접을 받으며 수출할 수 있는 질이 목표여야 한다.

올해 제주감귤 수출에 참여하는 농가들은 국제 수준의 글로벌 GAP, 생산이력제, 검역, 잔류농약, 부패율을 낮추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삼성과 현대자동차처럼 수출기술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기술이 확산되어 국내 시장에서도 명품감귤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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