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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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 영남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논설위원>
얼마 전 중국은 “중국 관할 해역에 정기적인 권익 보호를 위해 순찰과 법 집행 제도를 마련했다”고 하며 순찰 대상 해역에는 이어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이어도 관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7월에도 이어도 해역에 관공선을 보내 침몰한 선박의 인양작업을 하던 한국 선박에 작업 중단을 요구한 적이 있다. 중국은 남동중국해의 수십개 섬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며 무력시위를 통해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섬들에 대해 주변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눈독을 들이고 있다. 동해에서는 일본이 독도를 향해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오고 있고, 서해에서는 북한이 백령도를 ‘호시침침’ 노리고 있으며, 이제 남해에서는 중국이 이어도를 넘보고 있다. 중국이 이어도를 노리는 이유는 이어도 일대에 묻혀 있는 엄청난 수하자원 때문이라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해상 영토는 너무나 중요한 것인지라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들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남의 나라도 아니고 나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또 다시 독도분쟁과 같이 눈뜨고 코 베이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이어도가 어떤 곳인데 중국인들이 함부로 넘보기 시작하는가.

오랜 세월 동안 제주사람들은 실체도 없는 이어도를 그리워했다. 이어도는 제주도 뱃사람들의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피안(彼岸)의 섬이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에서도 묘사되는 대로 아무도 그 섬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이 가고, 결국은 자신도 그 뒤를 따라 떠나게 될 섬으로 여겼다. 살아서 되돌아오지 못하지만 사시사철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섬이라 생각했던 이어도는 이승의 삶이 지겹도록 고달플 때 편히 쉴 수 있는 안락의 섬이었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에게 이어도는 죽음의 섬이면서 동시에 꿈에도 그리는 구원의 섬이기도 했다. 정말 이어도는 이 지상에서와 같은 고통도 없고, 인생의 덧없음도, 가신 님에 대한 그리움도 없는 사랑과 행복과 축복이 넘치는 이상향이었다.

플라톤이 ‘이상국가’를 꿈꾸고, 우리인간이 ‘천년왕국’과 ‘유토피아’를 갈망해 왔듯이, 제주사람들도 이어도를 이상향으로 꿈꾸어 왔다. 이상향은 ‘꿈꾸는 자’의 세계이다. 이상향은 ‘지금, 여기에서’보다는 ‘다음, 저기에서’의 행복과 약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일상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우리가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존재할 수 있다. 비록 유토피아란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곳’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곳이 존재하리라 믿고 언젠가는 그 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의 이 고단한 삶을 견뎌내며 살아갈 수 있다.

이어도는 바로 제주사람들의 꿈과 약속이 서린 섬이다. 그런데 어찌 중국인들이 함부로 관할권과 영유권을 운위할 수 있는가.

제주인들의 한과 그리움을 달래는 노래였던 ‘이어도 타령’을 중국인들에게 들려주어야 할 듯하다.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 배여/ 잘잘 가는 건 잡남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 목적지에 들여 나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 다시 전생 못하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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