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전정현장, 달라지고 있는가
감귤 전정현장, 달라지고 있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용호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 연구관/ 논설위원
올해는 예년과 달리 감귤 전정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감귤농업인들이 감귤 전정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일까? 그간 감귤의 품질 향상을 위한 전정 방법 및 시기에 관한 현장컨설팅을 해온 필자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감귤 전정 시범현장에 참석한 농업인들에게 왜 봄 전정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다 알면서 묻는다고 웃으며, 미래 감귤산업에 대해 올바른 방향만 제시된다면 따르지 않을 농업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힘주어 말한다.

진정 감귤농업인들의 그간 타성에 젖어 있던 생각이 바뀌고 있는가. 그렇다면 감귤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전환점이 아닌가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감귤주산지인 서귀포시는 감귤 재배 북한계선에 위치해 있다고 누구나 생각해 왔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환경이 변화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 변화가 진행되면 계절에 따라서는 노지환경이 하우스 내부 환경과도 일치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감귤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달라진다.

나무의 자람새가 달라진다면 재배기술도 고온 환경에 맞게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우스 재배에서는 강전정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약전정을 하더라도 강전정한 것처럼 자람새가 왕성하기 때문에 전정 정도의 강약에 대해서는 하우스 재배를 하는 감귤농업인들은 잘 알고 있다.

노지 재배에서도 여름·가을 기후환경은 하우스 내부 환경과 흡사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여름·가을 순이 왕성하게 생장하는 현상을 직시하여 깊이 생각하고, 대응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강한 전정은 강한 세력지 발생을 조장하기 때문에 세력지 발생이 적어지는 방향으로 숙고하되, 절단면이 크면 강한 순, 작으면 약한 순, 절단되지 않으면 연약한 순이 대량으로 발생한다는 현상을 꿰뚫어 보고,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궁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전정을 주저케 하는 요인은 3월말을 전후한 꽃샘추위 피해다. 이보다 이른 시기에 전정을 하면 수관상부가 낮아져 그만큼 수량이 적어지고 또한 대과 생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작년산 노지감귤 출하량 33만t, 가공용 10만t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상품에 비해 가공용 생산량이 많다는 것은 대과 생산을 위한 전정이 진행되어온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공용 대과 생산이 소득과 연계된다면 모르되 현실은 이와 반대로 중소과 경향으로 흐르고 있어 소득과 연계되는 방향으로 전정기술이 변해야 한다.

또한 가격 결정요인은 당산도이기 때문에 당을 생성하는 잎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광합성작용에 의해 당류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잎 수가 많아지는 동시에 작고 연약해야 한다. 잎을 많이 돋게 하려고 가지의 절단을 꺼리는 것이다.

가로수로 심은 먼나무를 보더라도, 잎이 많은 나무의 열매는 새들이 전부 먹어버리지만 잎이 없는 나무의 열매는 맛이 없는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감귤과 비교해 보는 관찰과 여유에서 감귤산업의 내일을 향한 기술이 탄생할 것이다.

이외에도 전정을 하기에 앞서 재삼 숙고해 봐야 할 점들이 여럿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전정의 비중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흐름은 또렷하게 읽힌다. 이는 간벌이 선행될 경우 가능한 한 전정을 삼가고 수관 확대에 주력하여 꽃을 관찰하면서 전정을 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였으며 착과상황에 따른 적과 등 연년결실을 위한 수체 관리기술로 전환되고 있음을 감귤농업인들이 뒤늦게나마 절실하게 느끼는 데서 오는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