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역할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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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식 前 탐라대 총장/ 논설위원
‘학부모’는 부모로서 중요하게 거치는 가장 중요한 인생의 과정이다. 자식을 교육시키는 일은 부모로서 빼놓을 수 없는 숙명적 과업이다. 공교육이 모자라면 사교육으로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은 그 과정에서 긴장과 갈등과 고통을 감수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식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좋은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좋은 학부모가 되기는 더 어렵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초등학교를 보낼 때 우리 아이는 특별할 것이라고 여긴다. 내 꿈이 자식 꿈이고 자식 꿈이 내 꿈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자식의 성적을 올리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나라의 자녀 교육관은 정상적인 것일까. 남들 따라 자식에게 획일적인 공부의 현장으로 몰아넣는 것은 성격과 재능을 감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성을 억압하는 것이 된다. 모든 학생들에게 비슷한 교육방식을 적용하면 그 방식에 맞는 일부 학생들만 효과를 보고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은 역효과를 볼 수 있다.

교육의 본질이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교육은 일류와 최고만을 인정하는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다. 선입견 없이 타인을 인정하면서도 자기의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활발히 펼치는 사람, 자기주도적인 인격체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불편이 없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많은 학부모의 경우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우둔한 선택을 하게 된다. 원칙은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남들이 다 따라가는 흐름을 놓치면 자식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하지만 학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길은 이런 문제를 잘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맹목적인 공부 우선주의의 결과는 소중한 가정의 행복을 균열시키는 것이다. 따스한 가족의 정을 느끼고 싹트고 자라나야 할 아이들이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에 의해 행복의 본질을 놓치고 공허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성과 인간성이 아름답게 싹트고 꽃필 나이에 왜곡된 부모의 집착의 결과로 커서도 가족관계가 건조해지기 쉽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관계는 아이가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부모와 특정한 유형의 관계를 형성한 10대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일상에서 더 행복을 느끼고 의지가 강한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시카고대학의 캐빈 라순디 박사는 ‘최적의 가정환경’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자녀들이 부모의 기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둘째, 부모가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 현재 자녀들이 하고 있는 일의 구체적인 경험과 감정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셋째, 부모는 자녀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넷째, 자녀는 부모의 보호아래 편안함을 느끼며 부모를 신뢰한다.

다섯째, 부모는 자녀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헌신한다.

이러한 가정환경의 조건은 아이에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연습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훨씬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인생을 꾸려가게 된다. 그동안 학부모는 교육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눈먼 자식사랑이 더욱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제는 각성된 학부모 의식으로 현실의 흐름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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