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비 아닌 보상비로
복구비 아닌 보상비로
  • 김광호
  • 승인 2002.1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작물 재해 지원 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시 농작물 피해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체작물 재배로 제한, 특정작물 과잉 생산 등으로 인한 농가의 이중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가령, 당근밭이 수해로 폐작됐를 경우 당근에 대해 피해 보상비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 밭에 다시 당근이나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대파비 명목의 보상비가 지원되고 있다.

그야말로 불합리한 자연재해 지원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자연재해대책법상의 농작물 피해 지원을 복구비가 아닌 보상비로 개정해 달라는 농업인들의 주장은 옳다.

물론 피해 농경지를 방치하지 말고 다시 농사를 짓도록 해 생산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동일 시점의 대파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대부분 농가가 같은 작물을 재배하게 되고, 결국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 대파가 불가능한 벼의 경우 아예 대파비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건물 등 시설물 복구비 지원 기준을 농작물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아울러 피해를 본 농작물에 일단 합당한 보상을 하고, 대파비를 별도 지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생각된다. 이 경우 예산 추가 확보 요인이 발생하지만 실질적인 피해 농가 지원이라는 점에서 검토의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대파작물 선정 및 보급에 대한 정부와 자자체의 지원도 요구된다. 같은 작물을 재배할 경우 대량 생산으로 인한 판로난은 재해 못지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사실 농작물 피해 보상이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사과.배 등 과일의 경우 이미 자연재해 보상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그동안 피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감귤에 대해서도 최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됐다.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은 비.바람 등에 의해 상처를 입는 감귤 풍상과 피해가 10%인 농가에 대해 보상 지원할 수 있는 기준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가 피해산정 기준을 정하면 풍상감귤 등에 대한 피해도 보상받게 된다.

정부는 재해 농작물에 대해 먼저 보상부터 하고 대파비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다른 재해 피해는 보상하면서 농작물 피해를 복구비로 대체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농사를 더 힘들게 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