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오는 햇빛처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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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제주한라대학 관광영어과 교수/ 논설위원
‘진실을 말하는 데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우리 가슴에 오는 햇빛처럼 직설적으로 말하라.’

지나간 세기에 조약을 맺자는 미국 정부에게 인디언 큰 추장들은 구구절절 명문의 연설을 남겼다. 그들의 서명을 강요하던 정부 관리에게 원주민의 입장을 인식시키기 위해 그들은 혼신의 힘을 말에 불어넣었다.

진정을 토로하면 이해하고, 진실이 바탕이 되면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자신들의 처지를 자세히 알리면 백인들도 사람인 이상 상생의 길을 찾을 것으로 봤다. 자기 국민들의 삶을 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고 그들은 웅변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말에 대해 성스러운 신념을 지니고 있었으며, ‘말은 변하지 않는 별들과 같고, 사람의 심장에서 나오는 것이며, 세상을 창조한 위대한 영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영원히 잊지 않는다’고 믿었다. 또한 ‘만물은 한 가족처럼 맺어져 있고,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며, 그 그물에 어떤 일을 하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땅을 해치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모욕이며, 계속해서 우리들의 잠자리를 더럽힌다면 어느 날 밤 우리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이라고 자연 파괴의 결과를 걱정했다.

그러나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미국 정부는 조약을 맺었고, 그 약속들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대추장들은 독살되거나, 미심쩍은 화재 피해를 당해 타 죽거나, 감옥이나 보호구역에 갇혀 비참하게 죽어갔다.

백인 방식의 탐욕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라고, 조용한 곳이 없는 도시에서는 봄의 나뭇잎이 날리는 소리나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으니, 땅을 잘 간수해서 들꽃들로 향기로워진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만들고,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하며, 짐승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며,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했던 그들. 그 염려와 예측은 오늘날까지 교정되지 않고 더 확산되면서 진행 중이다.

이제 삶은 끝나고 살아남는 일만 남아서 세상은 더없이 삭막한 곳이 되었다는 그들의 독백이 우리들 가슴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의사 소통은 여전히 어려운 세상이며, 답답함으로 가슴을 치면서 과제처럼 삶을 이어가는 것이 상식처럼 되었다. 착취 위주의 문명은 나날이 그 세력을 장악하고, 인간성 파괴는 범세계적인 현상이며, 진심은 가소롭고 무가치하게 여겨지고, 이해나 양보가 없는 강압적 관계는 흔하고 당연하다. 그 속에 갇혀서 누군가 정한 목표를 위해 사람들이 질주하며, 개인의 의견이나 고통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인간의 멸망도 멀지 않을 것이니 정신 차리자고 목청 높여도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독립적이지 못한 정부가 그 백성에게,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완고한 가장이 가족에게, 무방비 상태인 자연계에 인간이, 여러 관계에서 들이대는 폭력은 더 강압적이 되고, 이야기를 귀담아 듣기보다 강제 시행이 흔하다.

‘세상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던 것이 아니다. 신은 우리를 이처럼 만들지 않았다’고 대 추장들은 통탄했는데, 인권 존중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속에서도 이와 같은 한탄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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