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움의 인생은 지금부터입니다”
“내 배움의 인생은 지금부터입니다”
  • 중학교입학검정고시 최고득점
  • 승인 200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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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공부를 마치고도 남을 나이이지만 지금부터 내 배움의 인생은 시작입니다.”

제주도교육청이 30일 발표한 2003년 1회 중학교입학검정고시 합격자 가운데 평균 90점으로 최고 득점의 영예를 차지한 고영순씨(38.여.북제주군 애월읍 광령리)는 생애 첫 도전으로 육체적 장애까지 멋지게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었다.

생후 8개월 때 감기 몸살 탓에 맞은 해열제 주사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하반신이 마비돼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고씨는 “어릴 적 동네 아이들이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이 부러워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놀림을 당할까봐 그 틈에 끼지 못해 학교 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씨가 불편한 몸으로 배움에 도전하게 된 것은 30대 들어 장애인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고씨는 “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장애란 이유로 배움을 포기한 것이 부끄러웠다”며 “육체적 장애에도 대학까지 졸업한 장애우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아 책을 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초등학력조차 없는 고씨에게 나 홀로 공부는 쉽지 않았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배움에 한계를 느낀 고씨는 지난해 동려평생교육원(옛 동려야간학교)에 등록했으나 광령에서 제주시까지 매일 지불해야 하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 포기할까 여러 번 고민했다고 한다.

고씨는 “동려학교 선생님들과 동료 학생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오늘의 작은 기쁨은 없었을 것이다”며 “최고 득점으로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검정고시 최고 득점으로 용기를 얻은만큼 계속 배움에 매진해 대학까지 꼭 졸업하겠다”는 고씨는 “사회복지를 전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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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입학검정고시 최고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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