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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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존석망(朝存夕亡)이라. 아침에 눈뜨고 살아있음에 헐떡이며 시작한 삶이 저녁에 사라져버리는 허무한 인생의 한 줄기에서, 임오년 한 해도 이제 노을 속에서 석양이 물들고 있다.

이맘때 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부모와 처자를 위해서 사는 것이 인생인가, 국가와 인류를 위하여 사는 것이 인생인가.

현실적으로 본다면 가정과 사회, 국가와 인류를 위하여 사는 것이 인간생활의 의의라고도 볼 수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부모처자도 필경에는 순서가 바뀔지언정 떠나고 혼자 남는 것이며, 또 한평생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회나 국가도 결코 자신이 순응하고 희망하는 방향으로 지향해주지 않는 것이 인생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인생 실태 중에서 부귀와 영화, 권력과 명예, 지위와 학문 따위로 매우 복잡하고도 혼란한 가운데 오히려 자신을 망각하고 그날 그날을 허송하는 것이 생활 실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헐떡이는 삶을 잠시 쉼팡에 놓고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았을 때 그게 진정 인생이었던가를 반문하게 되고 과연 나 자신은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 것이 참나(眞我)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사로(思路)가 끊어져 앞뒤가 꽉 막힌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인간들은 자신을 너무 속이며 살아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가장 존엄하고 존귀하며 절대평등한 것이다. 고로 그 생명체와 존엄함에 방해되는 인생은 그 누구도 연출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가 있는 그 자리에서 미망에 사로잡힌 두꺼운 가면을 벗어버리자. 그리하여 자신을 속이는 것도 모자라 이웃을 속이고 사회와 국가를 속이며 인류 역사를 멸망의 늪으로 몰고 가지는 말자. 그것이 진정 살고자 하는 인생, 뭇 생명에게 광명을. 그리고 자비와 자유를 선물하는 진실하고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한 해가 가고 있다. 발 밑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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