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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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에 따르면 보리 수확기는 이삭이 나온 후 35일이 지난 망종(올해는 6월 5일) 무렵이 최적기라고 한다.
그래서 망종을 농가에서는 ‘보리 망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제주지역의 보리 수확은 보통 5월 하순 시작해 6월 초순까지가 한창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콤바인으로 보리를 수확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낫으로 일일이 보리를 벴다.


베어 놓은 보리는 한아름씩 짚단을 묶어 ‘눌(보릿가리)’을 쌓아뒀다가 발동기나 경운기의 동력을 이용하는 탈곡기로 탈곡을 했다.


탈곡된 보리는 다시 햇볕에 며칠씩 말려 보관했다가 정부 수매가 이뤄지는 ‘보리공판’ 때 출하를 했다.


일손이 부족한 탓에 보리 수확기 제주 농촌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총 동원됐다.


농촌 학교는 보리베기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물론 보리방학도 했다.


얼마나 바빴으면 제주속담에 ‘보리 곱곡 삼 거릴 땐 가시아방 와도 조롬으로 절한다(보리 구부러지고 삼가지 벌어질 때면 장인어른이 와도 궁둥이로 절한다)’고 했을까.


▲매년 보리 수확기에 바쁘고 힘들었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리밭 인근 풀밭 등에서 산딸기(탈)를 따먹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검붉게 잘 익은 산딸기의 맛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제주의 특산물 ‘자리돔’이 가장 맛있을 때도 보리를 수확할 시기다.


시원한 자리물회와 고소한 자리구이가 입맛을 돌게 했다.


또한 보리공판 날이면 부모님이 목돈을 손에 쥐기 때문에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부풀었고 그 소박한 꿈은 어김없이 이뤄졌다.


▲최근 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농부가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법원이 보리 수확을 앞둔 시점임을 배려,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는 보도다.


법원이 법정구속을 면해줄 정도로 제주의 보리 수확철은 연중 가장 바쁜 농번기다.


마침 어버이날도 코앞이니 농촌에 계신 부모님이 보리 수확에 힘들어 하지나 않는지 한번 짬을 내 돌아보는 건 어떨까.


<김승종 편집부국장>ki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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