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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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더러 아는 성경 구절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다.

성공한 기업인이나 유명 스포츠 스타들도 그 말을 곧잘 인용한다. 사실 그들의 시작은 맨손이나 다름 없이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끊임 없는 노력과 정성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찬란한 결실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의 모습도 그렇지 않은가. 100년 전엔 이 세상에 티끌 같았던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세계 질서를 바로 잡는 중심국가가 됐다.

▲그런데 정권의 세계는 그 반대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시작은 거창한 것 같은데, 끝은 비참한 경우’가 흔하다.

현 정권의 모양새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권 말기, 여지 없이 측근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든지, ‘왕차관’이란 수식어가 붙은 정권 실력자들은 지금 감옥 신세다. 뒷모습이 불행해 보이기는 ‘만사형통’이라 불린 대통령의 형도 마찬가지다. 보좌관의 뇌물비리 및 비서실의 돈세탁 의혹 때문에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비단 이 정권의 문제일까. 한국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정권 말기의 수순은 대개가 그렇다. 마치 공식이 돼 버렸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친인척이 늘 부정부패와 권력 오남용의 정점에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실세·측근 비리와 의혹은 단순히 개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비판과 오명은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이 떠안게 된다. 결국 그 정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우리 정치도 끝이 창대할 순 없는 것일까. ‘성공’한 대통령, 정권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 건 핵심 측근들의 권력 오남용에 대한 철저한 차단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다.

다시 성경구절을 보자면 이런 말도 있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권력자는 자신만을 위해 일할 사람, 자신의 말만 잘 들을 사람만을 중용한다. 그러나 몰락의 길은 ‘너희가 너희만을 사랑한 죄’에 있다.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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