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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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실 매일 밤 범이 포효하고 있었다. 서닌은 어떤 경우에는 불과 몇 십m의 거리 안에서 그 고함소리를 들었다. 폭발하는 듯한 소리였다.


암범이었다. 암범이 자기의 세력권 선언을 하고 있었으나 다른 은밀한 목적도 있었다. 그 암범은 혼자 사는 과부였는데, 우리 집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는 듣기에 따라서는 그건 수컷들에게 들어오라는 유인과 같았다.


그런 암범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여기 저기서 호응하는 소리도 들렸다. 수컷들이 몰려들고 있었는데 서닌은 그걸 우려했다. 한 마리도 위험한데 여러 마리가 몰려들고 있었다.


밀림이란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곳이었다. 범을 잡으려고 돌아다닐 때는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더니 피하려고 하면 무리를 지어 몰려들고 있었다.


전문 맹수 사냥꾼인 서닌도 그런 범들을 두려워했는데, 간첩 X가 어떻게 그런 범들을 피할 수 있을까.


서닌은 X와 만나기로 한 장소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곳을 원점으로 하여 아주 좁은 원을 그리다가 차츰 더 큰 원을 그리고 있었으며 1주일 후에는 직경이 10㎞나 되는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넓게 철저하게 수색을 했는데도 X를 발견 못한다면 X가 죽은 것으로 단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닌은 수색 8일째 되던 날도 야영을 했다.


그는 일본군에게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모닥불을 피웠다. X가 그 불빛을 보고 찾아올지 몰랐다.


그날 밤도 아무 일이 었었다. 서너 개의 불빛이 모닥불 주위를 돌고 있을 뿐이었다. 이리들의 눈빛이었는데 그놈들은 모닥불을 습격할 용기가 없었다.


서닌은 어느 계곡에 있는 큰 바위 틈에 잠자리를 마련했는데 한밤중에 또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주위에 뭔가가 있었다. 서닌은 그 뭣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곰도 아니고 범도 아니었다. 그들보다도 훨씬 위험한 존재였다. 사람이었다. 그런 원시림에서는 사람처럼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곳에는 일본 정보원도 돌아다녔고 비적들도 돌아다녔다. 거기까지 들어오는 비적의 무리는 없었으나 가끔 극악 범죄인들이 들어왔다.


살인강도나 살인강간범들이 관헌의 눈을 피해 그런 산중으로 들어왔는데 그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비적보다 더 위험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간첩 X는 아닌 것 같았다.


서닌은 간첩 X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X라면 그렇게 경계하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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