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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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서닌에게 여복과 여난이 따라 다닌다는 여자 점쟁이의 점은 옳았다. 그 여자 점쟁이는 스스로 그걸 증명해 보였다.


그녀는 점을 치고 난 다음 서닌을 어느 고급 카페에 초청했는데, 서닌은 거기서 그만 의식불명이 되었다. 점쟁이가 권하기에 마신 프랑스제 포도주가 수상쩍었다.


서닌은 꿈속에서 헤맸다. 정신이 몽롱했으나 감미롭기도 했다. 서닌은 다음날 아침에 정신이 좀 들었다. 그는 호화로운 호텔의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옆에는 여자 점쟁이가 있었다.


서닌의 옷이 벗겨져 있었고 여자 점쟁이도 그랬다. 여자 점쟁이의 풍만한 몸에서는 야릇한 향기가 떠돌고 있었고 그 향기가 또 서닌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서닌은 전신을 주무르는 점쟁이의 손에 이끌려 다시 몽롱하고 감미로운 꿈나라로 들어갔다. 서닌은 그렇게 사흘 동안 헤매다가 겨우 해방되었다. 서닌은 체중이 5㎏이나 빠졌고 얼굴이 창백했다. 서닌은 그 다음부터는 그 여자 점쟁이를 만나지 않았다.


여난이 있다는 그 점쟁이의 점은 옳았으나 여복이 있다는 점도 옳았다.


서닌의 주위에는 늘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마담 루신이 있었다. 고급카페의 여주인이었는데 서닌을 누님처럼 잘 보살펴 주었다.


서닌이 못된 여자 점쟁이의 손에 걸려 어느 호텔의 밀실에 갇혀 있을 때 마담 루신이 그를 구출해 주었다. 마담 루신은 그 호텔의 지배인에게서 정보를 입수하여 못된 점쟁이를 혼내 주었다.


마담 루신은 서닌에게는 술값을 받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언제라도 와서 마시라는 말이었다. 루신은 점쟁이처럼 사악한 방법으로 서닌을 사로잡지 않았다. 누님처럼 다정하게 돌봐주었고 무리한 정사도 하지 않았다.


또한 서닌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도 질투를 하지 않았고 자기에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사실 서닌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도 결국은 루신에게 돌아왔다.


루신은 얼마 전에도 서닌에게 말했다.


“난 그 점쟁이 년은 싫어해. 그 년은 나쁜 년이야. 그러나 그 년이 당신에게 한 말은 참말인 것 같아. 당신에게는 여복과 여난이 따라 다닌다는 말 말이야. 조심해. 여복은 괜찮지만 여난은 좋지 않아.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는 무서운 동물이야. 조심해.”


그 점쟁이의 말은 역시 옳은 것 같았다.


서닌은 그 원시림 안에서 여자를 만났다. 사람을 파리처럼 죽이는 공산국가의 정보원이었다. 서닌은 그걸 알고도 그 여자에게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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