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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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서닌은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총을 쏠 과녁을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켜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서닌은 그때 어떤 소리를 들었다. 뭔가 딱딱한 물체가 두껍게 쌓인 낙엽을 쿡쿡 찌르는 소리였다.


서닌은 그 소리를 듣고 총을 내렸다. 그 소리는 삼림을 돌아다니는 심마니의 지팡이가 낙엽을 찌르는 소리였다. 심마니들은 자기가 걸어가고 있는 앞길에 있는 독사나 표범 따위에게 미리 경고를 하기 위해 길다란 지팡이 끝에 쇠붙이를 붙여 놓았기 때문에 금속성의 소리가 났다.


“안녕하시오. 심마니 영감.”


과연 부드러운 인사말이 되돌아왔다.


“안녕하시오. 포수 양반.”


늙은 심마니는 언젠가 하룻밤을 함께 보낸 일이 있었다.


“낙엽이 이렇게 두꺼운데도 산삼을 찾아낼 수 있습니까?”


서닌은 구워낸 토끼 고기를 권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미련이 있어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있지요.”


서닌은 그 무서운 원시림을 혼자 돌아다니는 심마니들을 존경했다. 그들은 독수리의 눈, 늑대의 코, 토끼의 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들과 같은 용기를 갖고 있었다. 원시림에서 혼자서 돌아다닐 수 있는 강한 의지를 갖추고 있는 비범한 사람들이었다.


“요 며칠 동안 사람을 본 일이 없습니까?”


늙은 심마니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에 숨을 거둔 시신들은 봤지요.”


심마니는 속세의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물음에 따라 얘기를 해주었다.


시신은 두 구였다. 젊은 남자들인 것 같았는데 이리들에게 뜯어먹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리들에게 잡아먹힌 것은 아니었다. 시신들은 모두 권총을 갖고 있었으며 찢어진 옷에 총구멍이 나 있었다. 누군가와 싸우다가 살해된 것 같았다.


심마니는 더 이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는 속세의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시신들에게 합장을 하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서닌은 다음날 정오께 그 시신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사복을 입고 있었으나 분명 일본 군인들이었다. 소련 간첩 등을 잡으려고 돌아다니는 일본 첩보부의 요원들이었다.


발자국으로 봐서 일본 군인은 네 명이었다. 나머지 둘은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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