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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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두 사람은 다음날 방향을 북쪽으로 바꿨다.


그동안 일본군이 특별경비를 펴고 있던 지역을 피해 동쪽으로 빠져 나갔기 때문에 이젠 흑룡강이 흐르고 있는 국경으로 가려는 계획이었다.


지도상으로 봐서는 거기서 국경까지는 얼마되지 않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삼목나무 삼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으며 강한 바람에 나무들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늦가을이나 초겨울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한겨울까지 삼림에서 방황할 줄 몰랐다.


그들은 오후 늦게 어느 언덕으로 올라갔는데 그 언덕 끝 아래 쪽에 바로 흑룡강이 흐르고 있었다. 서닌은 망원경으로 강 주변을 살펴봤다.


서닌은 머리를 저었다. 어두운 표정이었다.


강변에 일본군의 초소들이 있었다. 초소들은 1㎞ 간격으로 있었는데 적어도 30여 명의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여섯 명으로 편성된 정찰대들이 보초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30분마다 정기적으로 정찰을 하고 있었고 그들과 별도로 사복차림의 정보대들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본과 소련의 긴박한 관계가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강 주변에는 한두 사람이 들어가 있는 잠복소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쥐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못할 경비였다.


강물 상태도 나빴다. 강물이 반쯤 얼어 붙어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배를 타거나 헤엄을 쳐 갈 수도 없었고 엷게 언 얼음판 위를 걸어갈 수도 없었다.


냉철한 서닌도 좀 당황했다.


“안돼. 되돌아가야 되겠어.”


그것도 아주 빠르게 도망가야만 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서닌이 가장 두려워하던 날씨였다.


눈이란 언제나 도망자들에게 불리했다. 눈 위에 발자국이 남기 때문에 추격자들은 쉽게 도망자를 사냥할 수 있었다.


서닌과 노라니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으나 그들은 계속 도망갔다.


그들이 위험지역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저쪽 눈 속에서 뭔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물체는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것 같았다.


그 삼림에서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것은 곰과 사람뿐이었으나 곰은 그 쯤에는 모두 겨울잠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일본 군인들이었다. 아마도 그 인근에 있는 잠복소에서 교대를 하고 돌아오는 병사들인 것 같았다.


서닌과 노라니는 눈 위에 엎드렸다. 일본군들은 아직 소련간첩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죽은듯이 엎드리고 있는 간첩들의 바로 옆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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