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의 방랑자(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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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서닌도 그 범사냥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범과 싸우기 전에 엄한 북만주의 자연과 싸워야만 했다.


눈의 장막 안에서는 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범의 발자국도 볼 수 없었다. 파도처럼 소리를 내는 북풍소리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서닌은 그러나 범사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전문적인 범사냥꾼이었다.


그는 범이 어떤 짓을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 범은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수컷이었는데 왜 고향을 버리고 그곳에 왔을까?


그때는 범의 번식기였다. 인도 등 동남아의 더운 지역에서는 범에게 번식기라는 것이 따로 없었으나 추운 동북아시아에 사는 범들에게는 1년에 한 번 번식기가 있을 뿐이었다. 매년 한겨울이 그들의 번식기였다.


범이란 고독을 좋아하는 짐승이었으며 늘 혼자서 광막한 삼림을 떠돌아 다녔으나 그들도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는 한군데로 모여들었다. 북만주의 사냥꾼들은 범이 그렇게 모여드는 것을 범의 잔치판이라고 말했다.


많은 범들이 모여들어 성의 파티를 벌이는 곳이었다.


그 시베리아의 수범도 그래서 그곳에 왔다. 서닌은 성의 파티에 모여든 수범들이 어떤 짓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범들은 삼림 안에 있는 높은 곳을 점령했다.


산이나 구릉 같은 높은 곳을 점령해야만 암컷들에게 자기를 과시할 수 있었다.


수범들은 그런 높은 곳에 올라가 포효를 했다. ‘내가 여기에 있노라’고 선언을 하여 암컷들을 유인하고 경쟁자가 되는 다른 수컷들을 위협했다.


서닌은 그 삼림 안에 있는 어느 구릉으로 올라갔다. 고리드의 사냥꾼이 범에게 당한 곳도 바로 그곳이었다.


서닌은 그날 정오에 그곳에 도착했다. 폭설과 북풍이 계속 불어닥치고 있었고 날리는 눈가루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게 도리어 사냥꾼에게 유리할 수도 있었다.


서닌은 노라니와 함께 어느 큰 나무 뒤에 조용하게 서 있었는데 소리가 들렸다. 파도 같은 북풍소리 사이 사이에서 소리가 들렸다.


범이 포효하고 있었다. 시베리아에서 온 수범도 그곳에 세력권을 갖고 있는 암범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암범은 더 기다릴 것이었다.


더 많은 수컷들이 모여들어 서로 경쟁을 해야만 했고 그 싸움에서 이긴 승리자만이 암컷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서닌과 노라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범의 포효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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