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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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매년 그렇듯 짙게 물들었던 단풍이 지기 시작하자 산골 주막마을 등이 술렁이고 있었다.

단발령이 내려진 1895년이었다.
강원도 북쪽 평창군 마식령산맥 기슭에 있는 마을이었는데 대여섯채쯤 되는 집들이 모두 주막집들이었다.

산골에 있는 주막들이었으나 늘 길손이 끊이지 않았다.
지름길로 함경도로 빠져나가려는 나그네들이 있었고, 가까이에 있는 온천 또는 절간과 왕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무꾼들이나 약초꾼들도 있었고 더러는 죄를 지어 도망가는 불량배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1년내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는 그저 굴뚝의 연기가 꺼지지 않을 정도에 불과했으나, 늦가을이 되면 굴뚝에서 불꽃이 날아 나왔다.
주막집 사람들은 가을부터 몰려드는 손님들을 마중하기에 바빠진다.

늦가을에 오는 주된 손님들은 사냥꾼들이었다.
본디 마식령산맥에는 산짐승들이 많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산중에 나무들이 울창했기 때문에 열발을 걸을 때마다 꿩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백발을 걸을 때마다 노루가 뛰어나왔다.
멧돼지들도 우글거리고 반달곰들도 많았다.

범과 표범도 돌아다녔으나 그곳의 포식자들은 사람은 덮치지 않았다.
사람을 덮치지 않아도 잡아먹을 짐승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음력으로 구월 사냥때가 되면 맨 먼저 주막마을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마식령산맥 중복 여기저기에 있는 화전민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제각기 농사지었던 옥수수 감자 야채 등을 한 짐씩 지고 온다.
그게 없어 땔감을 한 지게씩 지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서른명쯤 되는 그들은 갖고 온 물건들을 밥값으로 내고 유숙한다.
멍석을 깔아놓은 넓은 곳간에 함께 지내면서 주막집 아줌마로부터 밥상을 받는다.

그들이 갖고 온 밥값은 얼마 안 가서 다 떨어지지만 주막집에서는 야박한 독촉은 하지 않는다.
밀린 밥값은 곧 도착할 포수 양반들이 대신 주기 때문이었다.

포수들은 화전민 장정들을 사냥몰이꾼으로 썼다.
그곳에 사는 짐승들의 움직임을 그들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사실 화전민들은 그동안 멧돼지 노루 등과 싸워 왔다.
그 짐승들은 얼마 안 되는 옥수수와 감자밭을 망치는 놈들이었기에 화전민들은 밭 한가운데에 움막을 지어놓고 밤에도 경비를 했다.

화전민들은 수시로 멧돼지.노루 사냥을 했으나 그들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짐승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고 포수들을 기다렸다.

원수 같은 멧돼지 노루 등을 잡아 다음해 농사를 보장받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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