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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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물론 몰이꾼들은 사냥꾼에게 몰이를 해주는 대가도 받았다.
보통 포수들이 잡은 짐승 값어치의 3분의 1 정도가 그들의 몫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떼돈을 벌기도 했다.

곰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굴이나 토굴을 봐 놓았다가 포수들에게 알려주면 잡은 곰값의 반을 받는다.
쓸개와 껍질은 포수가 갖고 나머지를 몽땅 갖게 된다.

그래서 화전민 사람들은 포수 나리들이 도착하면 대환영을 한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거래도 한다.
거래에 따라서 그들은 승격하며 주막집 곳간에서 방으로 옮겨진다.

뜨끈뜨끈한 방에 퍼져 앉아 어험하고 고기반찬의 밥상을 받는다.
막걸리가 따라나오기도 한다.

포수들이 도착하면 뒤이어 장사꾼들이 들어온다.
포수들이 잡은 짐승의 껍질이나 약재가 될 내장들을 사들이려는 사람들이었다.

날씨가 추워져 짐승 껍질이나 내장들이 썩지 않기 때문에 화전민들을 시켜 도읍지까지 운반할 수 있었으며 날씨가 아주 추워지면 잡은 짐승을 몽땅 운반하기도 했다.

멧돼지의 고기는 도읍지에서 꽤나 비싼 값으로 팔렸다.
주막집은 그 장사꾼들을 독방으로 모셨다.
말하자면 귀빈이었다.

그들보다 더 귀한 손님들도 있었다.
신선한 멧돼지나 노루피를 마시기 위해 말이나 가마를 타고 온 도읍지의 양반이나 부자들이었으며, 그들 중에는 부인이나 아이들도 있었다.
부인들은 짐승피를 마시고 아이를 얻기 위해서 왔다.

주막집에서는 그들에게 아예 집을 한 채 제공했다.
그들은 많은 하인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집을 한 채 온통 차지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강원도 대관령에서 올라온 강삼실 포수 일행과 함경도에서 내려온 박범선 포수 일행도 있었다.
강 포수는 대대로 이어온 포수집안의 사람이었는데, 그는 나라님의 명을 받아 범을 잡으려다 죽은 선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는 부친을 죽인 범을 잡아 원수를 갚았을 뿐만 아니라 중범과 불범(돌범)들을 스무 마리나 잡았으며 강원도 산골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강 포수는 특히 화승포를 잘 다루었다.
그의 집안에서는 임진왜란 때 왜병이 갖고 온 조총을 본떠 화승포를 만들고 있었고 그 화승포를 잘 쓰는 명포수들이 많았다.

강 포수 일행은 지난해에도 그곳에서 곰과 불범 한 마리를 잡았고 수십 마리의 멧돼지를 잡았다.
그곳에 몰려든 많은 포수들은 모두 강 포수를 알아주고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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