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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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창꾼들은 식인표범 사냥을 중단하고 인간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 중놈들을 잡아 죽여야 해. 그놈들은 제멋대로 산중에 성지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간 사냥꾼들이나 사냥개를 해치고 있어. 제 놈들이 뭔데…. 여기는 무주공산이고 그 안에 있는 짐승들은 누구나 잡을 수 있어.”

그게 조선시대 사냥꾼들의 주장이었다. 마식령의 사냥터는 그런 곳이었으며 절의 중들이 나설 곳이 아니었다.

“그 중놈들은 사람을 잡아먹은 불범의 편을 들고 있어. 식인 불범의 편을 들어 그 놈들을 잡으려는 사냥꾼과 사냥개를 해치고 있어. 중놈들은 짐승 목숨 귀한 줄만 알고 사람 목숨이 귀중한 줄 모르고 있어.”

더구나 봉술승들은 사냥개를 죽였다.
저항도 하지 않는 사냥개를 죽였으니 살생의 죄를 범했다.

정 포수는 그곳 절의 주지가 야생짐승들을 사랑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사냥꾼들이나 사냥개를 적으로 돌려 싸우고 있는 점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곳 절의 주지나 봉술승들은 자기들의 생각만으로 마식령 사냥터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었다.
정 포수는 함경도 창꾼들의 인간사냥을 말릴 수 없었다.

“봉술승을 혼내주는 것은 말리지 않겠으나 그들을 죽이면 살인죄를 범하게 돼.”

정 포수는 그렇게 말해놓고 식인표범의 발자국 추적을 계속하기로 했다. 어쨌든 사람을 잡아먹은 표범은 잡아야만 했다.

정 포수는 그곳에서 멀리 가지 않아 봉술승들을 발견했다. 세 명의 봉술승들이 산마루를 타면서 도망가고 있었다. 무술로 단련된 그들은 훨훨 날 듯했다.

하지만 창꾼들도 빨랐다. 창꾼들의 일부는 이미 지름길로 달려가 봉술승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그들은 산짐승들을 몰듯 인간들을 몰고 있었다.

산 너머에 절이 있었으나 창꾼들은 봉술승들이 절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위하고 있었다.

“네 이놈들, 거기서 비키지 못할까. 이 막대기에 맞아 죽고 싶어?”
봉술승들은 고함을 질렀다.
“이 나쁜 땡땡이 중놈들. 그전에 네 놈들의 뱃대기가 창에 찔려 꼬치가 되는 줄도 모르느냐?”

창이 날아왔다. 바람을 가르면서 날아온 창이 봉술승의 허벅지를 찔렀다. 피가 뿌려졌다.

“막대기를 버리고 꿇어 앉아.”

봉술승들은 항복을 거부했으나 싸움은 판가름난 것 같았다. 아무리 봉술승들이 날쌔도 열명이나 되는 창꾼들이 던지는 창을 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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