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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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식령의 사냥터는 인간들끼리의 싸움으로 피바다가 될 것 같았다.

그때 저쪽 산봉우리에서 난데없는 총소리가 울려퍼지고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정 포수가 공포를 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정 포수는 불범의 발자국 추적을 강원도 포수들에게 맡기고 창꾼들의 뒤를 따라갔다. 어용포수는 일종의 관리였으며 관리가 인간들끼리 죽이는 싸움을 못 본체 할 수 없었다.

창꾼들도, 봉술승들도 정 포수의 총에서 화염을 토해내고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지는 것을 보고 질렸다.

“싸움은 그만 하시오. 스님들은 우선 저 사람을 살리시오. 들것을 만들어 다친 사람을 마을까지 빨리 운반하시오. 마을에 용한 의원이 있으니 그에게서 치료를 받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 사람은 죽어요. 저 사람뿐만 아니라 당신들도 죽어요.”

정 포수는 창꾼들에게도 더는 공격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총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꾼들도 정 포수의 말에 따랐다.

봉술승 한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어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주막 마을이 발칵 뒤집혀졌다. 사냥꾼들이 우르르 몰려와 땡땡이 중놈들을 때려 죽이라고 소리쳤다. 죽이지는 말고 줄로 묶으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큰마님의 집사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당상관 댁의 으뜸 집사였으며 만사 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었다. 그는 큰마님의 분부를 받고 사태를 수습했다.
의원이 부상한 봉술승을 급히 치료했다. 많은 피를 흘렸으나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집사는 두 명의 봉술승에게는 동료의 치료를 도와주도록 했다. 큰 방을 하나 빌려 봉술승들을 모두 그곳에 머물도록 했다. 집사는 사냥꾼들이 봉술승들을 때려 죽이거나 줄로 묶는 것을 막았으며, 중들에게는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일종의 연금이었다.

큰마님은 비록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으나 집사를 시켜 조용하게 사태 수습을 하고 있었다.

큰마님은 당상관의 부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친정 또한 당상관 집안이었다.

정 포수는 다음날 함경도 창꾼들을 데리고 갔다. 그는 식인범의 발자국을 추적하고 있는 강원도 포수들과 합세하며 식인표범을 잡기로 했다. 부상을 하지 않았던 사냥개 두목 백두도 데리고 갔다.

다음날 오후 절에서 주지스님이 내려왔다. 봉술승 한 사람이 크게 다쳤고 두 사람이 잡혀있다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주지스님은 점잖았으나 내심 크게 노하고 있었다. 사냥꾼들이 중들을 해치고 있었으니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관아에 사람을 보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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