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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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드디어 표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 산사태가 났던 산자락에 표범이 들어갔다. 그곳은 토사가 있을 뿐이고 아직 초목은 자라나지 않았다.

표범은 거기서 잠시 멈춰 주위를 살폈다. 어디로 도망갈 것인가.

아래쪽에는 열 명이나 되는 함경도의 창꾼들과 개가 있었다. 그들은 10m 간격으로 줄을 지어 점점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으므로 표범은 아래쪽으로는 도망갈 수 없었다.

만약 그리로 도망간다면 창꾼들이 날리는 창을 받게 되어 있었다.
위쪽 동쪽편에는 대여섯 명의 강원도 포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화승포를 갖고 있는 조막손 영감도 있었다.

그 위쪽 서쪽에는 정 포수가 목을 잡고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 포진이었다. 표범이 그곳을 돌파하면 그날 사냥은 실패였다. 사흘 동안이나 추적했던 표범을 놓치게 된다.

사실 함경도의 사냥꾼들은 그런 정 포수의 작전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어용포수의 지휘였기에 따르기는 했으나 정 포수가 지키고 있는 산중복 서쪽 지점이 비어 있었다.

거기에는 지키는 사람이 정 포수 혼자뿐이었다. 표범이 그리로 달아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창꾼들의 의구심이 적중되었다. 표범은 위쪽 강원도 포수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누런 선만이 보일 정도로 빨랐다.
화승포가 울려퍼졌다. 표범은 비틀거렸으나 그대로 도망갔다. 총탄이 급소에 맞지 않은 것 같았다.

조막손 영감이 쏜 총탄은 명중은 되지 않았으나 놀란 표범은 정 포수가 목을 잡고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그곳은 바위와 나무들이 드문드문 있는 곳이었으므로 도망가는 표범이 보였다. 표범은 나무 사이로 도망갔고 웬만한 바위는 그대로 타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위 뒤에 숨어있던 정 포수가 앞으로 나와 총을 겨냥하고 있었으나 쏘지는 않았다.

웬일일까. 겁을 먹은 것일까. 총이 고장난 것일까.
표범이 정 포수의 옆을 지나가고 있었는데도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 포수는 그대로 겨냥만 하고 있었다.

놓쳤다. 그 바보 같은 어용포수 때문에 표범을 놓쳤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표범이 산마루까지 올라 갔을 때 뒤늦게 총성이 울려퍼졌다. 포수와 표범의 거리가 아주 멀어졌으므로 모두들 그건 뒤늦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산마루에 올라선 표범이 거꾸러졌다. 표범은 맥없이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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