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의 사냥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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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잡았다. 표범을 잡았다.”
모두가 환성을 지르면서 달려갔는데 정 포수는 총을 쏜 자리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표범이 죽은 것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정 포수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조준을 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과녁을 뚫었다. 사수의 역량과 최신총의 정확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정 포수는 잡은 표범을 주막촌에 머물고 있는 장사꾼에게 팔아 그 돈을 삼등분했다. 함경도 창꾼과 강원도의 화승포 포수 그리고 장안에서 온 어용포수가 똑같이 나누었고 그 처사에는 모두가 만족했다.

표범이 죽자 주막촌이 활기를 되찾았다. 침범한 표범에게 빼앗겼던 사냥터를 인간들이 되찾았다.
그건 야생짐승들 사이에 벌어지는 생존투쟁과 다름이 없었다. 표범은 죽고 줄범은 멀리 물러났으니 인간들이 먹이사슬의 정상에 서게 되었다.

인간들끼리의 세력다툼도 평화적으로 해결되었다. 큰마님의 배려로 관아는 마식령 사냥터의 일에 끼어들지 않았다. 세금을 내라는 말도 없었다.

사냥터에서 날뛰던 무술승들도 얌전해졌다. 절의 주지는 사방 20리나 되던 성역을 아주 좁혔고 무술승들이 사냥을 방해하는 일도 없어졌다.

날이 추워짐에 따라 많은 짐승들이 잡혔고 잡은 짐승들은 거의 모두 산아래로 운반되었다. 날이 더우면 짐승고기가 빨리 썩기 때문에 헐값으로 팔리거나 말려지거나 아니면 그대로 버려지기도 했는데 계곡의 물이 꽁꽁 얼어 붙을 정도의 추위가 되면 사냥터 주변의 산골마을에는 신선한 짐승 고기들이 배급되었다.

거의 굶주리고 있던 산골마을 사람들은 그 고기를 먹고 몸의 영양을 북돋워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장사꾼들은 또한 잡은 멧돼지나 노루고기를 그대로 멀리 도읍지까지 운반하여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장안까지 운반되는 고기도 있었다.

큰마님은 계속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경사가 났기 때문이었다. 함께 있던 며느리가 첫 아이를 갖게 되어 큰 마님은 크게 기뻐했다.

큰마님은 아이를 갖게 된 며느리가 겨울 산길을 걸으면 안된다고 말하면서 눈이 녹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도록 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살면서 노루피를 마시면 건장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었다.

사실 며느리도 강해졌고 큰마님 자신도 건강해졌다. 사람들은 그걸 노루피의 효험이라고 말했으나 큰마님은 그보다도 맑은 공기와 적당한 운동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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