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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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나리, 오가를 잡지 않으려는 생각입니까?”
밀렵자들의 발자국을 추적하면서 코엔 영감이 말했다. 발자국 추적을 잘하는 쭈그미족의 영감이었다.

“놈은 제발로 걸어 들어올거야. 촌장이 자수를 권고하기로 했으니까.”
밀렵자들은 모두 네 명이었는데 엄청나게 큰 그들의 발자국을 보고 어떤 놈들인지 짐작이 되었다. 러시아인 사냥꾼 비린스키 형제들과 그들의 동료들인 것 같았다.

비린스키 형제들은 범 새끼들을 사로잡는 사냥꾼들이었으나 새끼들을 사로잡기 전에 반드시 그 어미를 죽여 껍질을 벗겼다.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2년 전에 나조로프에게 체포되어 블라디보스토크의 감옥에 갇혀 있었으나 징역 2년이 선고되었는데도 6개월 만에 풀려나왔다. 유력한 공산당원이 그들을 뒤에서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나리,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놈들이 이번에는 삼림 감독관까지 사냥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알고 있네. 제발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 그렇게 해주면 나에게도 그들을 잡을 기회가 생길 것이니…”

사실 광대한 라조 자연공원에서 밀렵자들의 발자국을 추적하는 일은 너무나 지루했다. 눈이 녹아 발목까지 빠지는 진흙탕 길을 몇 날 며칠 추적을 해야만 했다.

밀렵 단속반들은 야영을 해야만 했는데 그때는 불도 피우지 못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을 피운다는 건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밀렵자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봄이라고 하지만 밤이 되면 기온은 겨울로 되돌아간다. 밤의 봄바람은 뼈에 스며들도록 차가웠다.

단속반원들은 마른 풀을 두껍게 쌓고 늑대 껍질로 만든 슈바(외투)를 머리에서부터 덮어쓰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단속반들은 추적 이틀 만에 범들의 발자국도 발견했다.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있는 어미범이었다.

밀렵자들은 범의 발자국을, 밀렵 단속반들은 또한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북만주의 범은 지난해 겨울에 교미를 하며 봄에 두 마리 또는 세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그때의 범새끼들은 걸음걸이로 봐서는 생후 4개월쯤 된 것 같았다. 단속반들이 데리고 간 개만한 크기였다.

단속반들은 그때 두 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갔는데 그 개들은 밀렵자들과 싸우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쫓는 대상은 짐승이 아닌 사람이었으며, 그 개들은 그걸 알고 있었다. 범보다 몇 배나 무서운 적이었으며 잘못하면 일순간에 총탄에 맞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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