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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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사람사냥꾼은 총을 버리고 두 손을 들어올렸다.
“돌아서.”

사람사냥꾼은 항복은 했으나 그렇게 겁을 먹은 표정이 아니었다. 차가운 잿빛 눈동자의 그의 얼굴에는 냉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감독관, 나를 어떻게 할 것이오? 당신에겐 나를 처벌할 권한이 없소. 당신은 민간인이지만 나는 군인이기 때문이오.”

“군인이라고…. 소속을 말해.”
“그건 말할 수 없소. 군복무 규정상 그런 비밀은 밝힐 수 없소.”
“군복무 규정에는 다른 사냥꾼이 잡은 짐승을 강탈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규정이 있나? 네 놈이 소속을 밝히지 않으면 나는 네 놈을 단순한 살인강도로 간주하겠다.”
“내 옷 안주머니에 신분증이 있으니 꺼내 보시오.”

나조로프가 옷수색을 하려고 접근하자 사람사냥꾼은 맹수처럼 날렵하게 몸을 놀렸다. 그는 발로 나조로프가 들고 있던 총을 찼다.

그러나 밀렵감독관 나조로프에게는 총이란 총탄을 발사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조로프는 총을 방패로 쓰기도 했고 몽둥이로 쓰기도 했다.

나조로프의 총은 사람사냥꾼의 발이 닿기 전에 그의 턱을 강타했다. 그 일격에 사람사냥꾼은 나가떨어졌다. 입에서 피거품이 나오고 있었다.

나조로프는 쓰러진 사람사냥꾼의 아랫배를 총대로 찍었다. 윽 하는 소리를 내면서 사람사냥꾼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는 저항력을 완전히 잃었다.

신분증에 따르면 그는 라조 원시림의 남동쪽에 주둔하고 있는 군의 상사였다. 그리고 그 신분증 외에 공산당원증이 있었다. 그가 믿는 것은 바로 그 당원증이었다.

그날의 싸움은 그것으로 끝났다. 나머지 사람사냥꾼들은 모두 군경비선 안으로 도망가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추적할 수 없었다.

나조로프는 풀카라는 이름의 특수부대 상사를 사무실로 데리고 와 조사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풀카는 입 언저리에 냉소를 띠고 한 마디도 얘기하지 않았다. 자기는 처벌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나조로프는 그를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검찰국에 넘겼다. 나조로프는 그와 그가 속해 있던 5인조 군인들이 저질렀던 잔악한 집단살인 행위를 상세하게 보고했다.

검찰관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동무, 수고는 했지만 이 사건은 우리 관할이 아니오. 이 사건은 군 검찰국에 넘겨야 할 것 같소. 물론 당 책임 간부와 상의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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