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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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바른스키 대위는 담배니 화장실이니 뭐니 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했다. 뭔가 믿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나조로프는 신속하게 현장을 조사했다. 작업장에는 거대한 범의 껍질이 깔려 있었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층을 제거하고 털에 묻은 먼지나 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있었는데 정말 화사한 호피였다.

그 껍질 뿐만 아니라 다른 범껍질도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쪽 구석에는 모두 라조 원시림에서 잡은 짐승들이었으며 삼림감독관들이 보호하고 있던 범들이었다.

나조로프가 그런 증거품들을 압수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경비를 하고 있던 프리센코프의 소리가 들렸다.

“나조르프 불을 꺼.다른 밀렵자들이 기어오고 있어.”
프리센코프는 구 러시아군 특수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었다. 그는 나조로프에게도 지지않는 사격의 명수였다.

작업장에 켜져있던 불들이 꺼졌다. 그러자 마을의 불빛들이 새어나오고 있는 바깥이 도리어 밝아져 작업장 쪽으로 기어오는 사람 그림자들이 보였다. 서너명쯤 되어보였는데 총을 갖고 있었다.

프리센코와 밀렵단속반원들이 발포했다. 두명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나머지는 도망갔다.

작업장 안에서도 싸움이 벌어졌다.
바른스키 대위가 불이 꺼지자 발로 문을 차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나조로프가 총대로 어깨를 후려쳤다. 밀렵단속을 하는 나조로프는 웬만한 어둠속에서도 눈이 보였다.

“됐어. 모두 철수해.”
밀렵단속반들은 사로잡은 자들을 끌고 증거품을 압수하여 신속하게 그곳을 떠났다. 도중에 달려오는 순찰대들을 발견하고 나무 뒤에 숨었다. 순찰대들은 총소리를 들은 듯 전속력으로 작업장 쪽으로 달려갔으나 밀렵단속반들을 발견못했다.

밀렵단속반들은 배를 타고 군 관할 지역에서 탈출했다. 30여 명이나 되는 순찰대들이 그 뒤를 쫓았으나 그들은 밀림에 들어서자 추격을 포기했다.
그곳은 삼림감독관의 왕국이었다. 삼림감독관은 밀림에서 사는 뭇 짐승들을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다스리고 있었다.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도 그곳에서는 삼림감독관과 싸울 수 없었다.
나조로프 일행은 밀림을 북쪽을 뚫고 나가 다음날 오후 늦게 하바로프스크에 도착했다. 러시아 극동부의 중심지이며 러시아 아카데미 지부가 있는 곳이었다. 그 지부는 라조 자연보호 지구를 관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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