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조 원시림의 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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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나조로프는 하바로프스크의 검찰 당국에 바론스키 대위 등 밀렵자들과 그 증거품들을 넘기고 그 길로 블라디보스토크로 달려갔다. 그 곳에 머물고 있는 아카데미 위원 바르샤와 마담 레나의 안부가 염려되었다.

사실 바르샤와 레나는 위험한 상황에 있었다.

공산당 블라디보스토크 살림 행정을 맡고 있던 서기 스레리니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설치고 있었다.

풀카 상사의 시신을 검안했던 군의관은 검안서에서 흉부에 가해진 타격이 사인이며 그 타격은 검찰 당국에 넘겨진 후에 가해졌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나조로프를 살인 혐의로 체포할 수 없었다.

“아카데미 위원이라는 그 여자를 잡아와. 바르샤라는 그 여자말이야.”

바르샤는 정해진 숙소에 없었다. 그녀의 동생이라는 마담 레나도 없었다.

“도망가버렸다고…. 그렇다면 발견되는 대로 없애버려.”

공산당의 앞잡이들이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샅샅이 뒤졌으나 그들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숨은 것일까.

그들의 안부를 염려한 나조로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마담 레나의 집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여종업원이 귀띔해 주었다.

마담 레나와 바르샤는 라조 자연보호지구 안에 있는 밀렵단속반의 초소에 있었다. 나조로프와 마담 레나가 밀회 장소로 쓰던 곳이었다.

1년에 몇 번 나조로프를 만나러 갔던 마담 레나는 그 밀렵의 길을 알고 있었으며 사랑의 길이 도피의 길이 되었다.

그러나 바르샤를 암살하려던 공산당 앞잡이들은 라조 자연보호지구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 곳에 들어가면 밀렵단속반원들에게 걸릴 위험이 있었고, 운이 나쁘면 범이나 곰의 밥이 될 수도 있었다.

나조로프가 도착했을 때 비밀 초소 주위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수액의 냄새가 향기로웠다. 이젠 라조 원시림의 짧은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었다.

나조로프와 여인들은 그 곳에서 사흘쯤 머문 다음 블라디보스토크로 당당하게 돌아갔다. 모든 것이 해결되어 있었다.

러시아 아카데미 하바로프스크지부의 보고를 받은 공산당 중앙집행부는 밀렵에 관여하고 있던 군 장성 한 사람과 시당 간부 스레리니를 해임하고 당적도 박탈했다. 그리고 밀렵에 관련된 군인들을 군사재판에 넘겼고 관련 군검찰관도 좌천시켰다.

라조 자연보호지구는 그 후 단단한 기반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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