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양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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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이 산에서 포효소리가 들리면 저 산에서 호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그 소리들이 메아리가 되어 다시 울려 퍼졌다.

온 산에 무서운 살기가 퍼져 가고 있었다. 겁을 먹은 신부가 신랑의 가슴안에 파고들었다.

김수삼은 생각하고 있었다. 기회였다. 범들이 자기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

김수삼은 벌써 사흘째 그곳에 숨어 있었다. 무산 북쪽으로 들어가야만 했는데 포졸들과 화전민 장정들의 경계가 워낙 삼엄했다.

특히 관아로부터 춘궁기를 넘길 수 있는 양식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화전민들은 눈에 불을 켜고 설치고 있었다.

화전민들은 살기 위해서 사람사냥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범들이 나타났다.

김수삼은 무산의 사냥꾼들로부터 범들은 겨울에 발정기가 되면 여러 마리가 한 군데에 몰려 집단으로 짝을 고른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범들은 평소에는 따로따로 흩어져 살지만 그런 시기에 서로 고함을 지르거나 냄새를 뿌려 몰려들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많게는 열 마리나 되는 암수들이 몰려 짝 고르기를 한다.

그냥 평화적으로 짝 고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컷은 수컷끼리, 암컷은 암컷끼리 경쟁을 했고 그 경쟁은 피투성이의 싸움이 되었다. 싸움 끝에 죽는 범들도 있었는데, 무산에 오래 산 사냥꾼들은 그래서 횡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들이었다.

집단싸움에서 죽은 범의 시체가 내리는 눈속에 파묻혀 그대로 고스란히 냉장되어 있다가 봄에 눈이 녹으면서 밖으로 나온다.

싸움 자국이 남아 있어 그 모피는 값이 좀 떨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큰돈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무산의 사냥꾼들은 범들이 집단싸움을 하고 있을 때는 범사냥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했다.

그때의 범들은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덮어놓고 덤벼들어 죽였다.

먹이로 삼자는 게 아니고 생식의 본능이 살륙의 본능에 따라 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범들이 집단으로 선을 보고 있는 장소에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아요. 사람들은 멀리 그곳을 피해야 합니다.”
그거였다. 바로 김수삼이 노리는 기회였다.

포졸들이나 화전민들은 범을 피해 물러가거나 수색활동을 중지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도망치면 된다. 물론 범들은 무섭지만 쉰 명이나 되는 포졸이나 백 명이 되는 화전민들보다는 덜 위험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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