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의 땅(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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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본디 아프리카의 코뿔소란 그리 대단한 사냥감이 되지 못했다. 아프리카의 사냥꾼들이 알아주는 사냥감의 첫째는 사자류, 두 번째는 표범, 세 번째는 물소이고 다음은 코끼리 등등이었으며 코뿔소는 다섯손가락 안에도 끼지 못했다. 눈이 어둡고 동작이 느리고 성질이 급한 것 같으면서 한방 얻어 맞으면 똥을 싸면서 도망갔다.

하긴 돈으로 따지자면 코뿔소는 코끼리보다도 비싼 짐승이었으나 그건 밀렵자들의 평가일 뿐 참다운 사냥꾼들은 코뿔소 사냥 따위는 전혀 대접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이 자랑하는 윌리엄 백작은 뜻하지 않게도 시시한 코뿔소 밀렵사냥꾼이 될 뻔했다. 뒤늦게 그걸 알게 된 백작은 크게 화를 내 자기를 속인 놈들을 엄벌하라고 지시했고 사실 그렇게 했다. 진상이 철저하게 조사되었다.

그 결과 코뿔소를 집단 학살했던 밀렵자들을 사살했던 캡틴 코네리의 행위는 정당했다고 평가되었다. 중대한 평가였고 그 이후 아프리카의 밀렵단속은 그 방법이 달라졌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는 단속반원들은 대항을 하는 밀렵자에게는 총으로 대결하게 되었다.

특히 아프리카 검은코뿔소가 그랬다. 검은코뿔소는 번식이 느려 사냥을 당하지 않아도 생식수보다 사망수가 많았는데 최근 20년간 무분별한 대량 밀렵으로 그 수가 격감되고 있었다. 수만 마리가 수천 마리가 되고 급기야 수백 마리가 되어 씨가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었다. 후세의 사람들은 동물원이나 박물관에 가야만 그 못생긴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캡틴 코네리가 코뿔소들의 전멸을 막았다. 코뿔소들을 집단 학살하는 밀렵자들에게 단호하게 총을 쏘아 그 중 한 명을 죽이고 세 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윌리엄 백작은 차보의 야영장을 그대로 두었으나 거기서 동물들을 사냥하지는 않았다. 그는 친구들을 부르고 마담 미셀과 미망인 루시도 초청하여 유쾌하게 야영생활을 했다. 사파리란 말이 야생짐승들을 사냥한다는 뜻으로 의미가 바뀌어져 가고 있었다. 백작은 물론 캡틴 코네리도 초청했다.

“대위, 자네는 어느 연대에 속해 있었나?”
“네 각하. 36연대 마델 대령님의 휘하에 있었습니다.”
“오, 마델 대령이란 말이지. 내가 가장 아꼈던 옛 부하였지.”

윌리엄 백작은 영국 예비역 장군들의 모임에서 주는 훈장을 코네리의 목에 걸어주었다. 정부에서 주는 훈장에 못지않은 명예로운 훈장이었다. 훈장과 함께 내려진 상장에는 야생동물들의 피로 물들어가는 아프리카의 초원과 사바나에서 살육을 막고 있는 용감한 젊은 장교에게 준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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