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나라 인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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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이든은 그러나 침착했다. 그는 자기의 얼굴에서 피가 뿌려지는 순간에도 코벨트가 다시 엎드리라고 지시하는 소리를 듣고 엎드렸다.

이든은 그때 풀밭에서 뒹굴면서 바로 5~6m 앞 공중에 떠 있는 범의 대가리를 발견했다. 범은 이든을 후려쳐놓고 도망가다가 다시 되돌아와 덮치려다가 추격해 오는 코벨트가 휘두르는 전등빛에 잡혔다. 두눈에 불을 켜고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었다.

총소리가 폭발했다. 코벨트가 갖고 다니던 산탄총을 발사했다.
코벨트는 평소 라이플 외에 산탄총을 갖고 다녔는데 산탄총은 주로 표범 사냥을 할 때나 야간 사냥을 할 때 사용했다. 산탄총은 한꺼번에 여러 발의 총탄이 산개하며 발사되기 때문에 라이플보다 명중률이 좋았다.

킥 하는 야수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있어.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다시 코벨트의 지시가 떨어졌다.
이든은 가만히 있었다. 주위가 조용했다.

그러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손에 횃불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총소리가 들리면 달려오게 되어 있었다.

“괜찮아 이든, 괜찮아.”

뜻밖에 영어 소리도 들렸다. 영어로 소리치는 여자의 소리도 들렸다.

“줄리아야. 저건 줄리아야.”

이든은 반가웠다. 줄리아는 이든의 친구인 지주 타이른의 여동생이었다. 올해 스물세살의 처녀였는데, 전에 오빠와 오빠 친구인 이든과 함께 영국에서 잠시 지낸 일이 있었다. 최근에는 어느 지주와 혼담이 있어 집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웬일로 범 사냥 현장에 나타났을까?

촌장이 서른 명이나 되는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왔다. 지주 타이른과 줄리아, 그집 집사도 있었다.

줄리아는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이든을 보고 놀라 울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저 조금 할퀴었을 뿐이니까.”

줄리아는 코벨트의 말을 듣고 겨우 안심하는 것 같았으나 늙은 집사는 뮌가 예사롭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아가씨가 다른 남자의 상처를 보고 그렇게 큰 충격을 받은 것을 보면 그 관계가 짐작되었다. 정숙한 인도의 여인이기 때문에 말썽 같은 것은 일으키지 않았지만 여인의 마음이 그만큼 순결하며 사랑이 깊었다.

그렇다면 큰 문제가 된다. 줄리아는 이미 다른 지주 아들과 약혼을 해 곧 혼인날을 정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빠와 아주 친한 이든이 나타났다. 늙은 집사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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