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나라 인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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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코벨트가 다음에 쫓는 동물은 별명이 유령이었다. 정체가 범인지 표범인지 들개인지도 몰랐다. 가장 잡기가 어려운 대상이었다.

유령은 인도 중남부에서 서부에 걸쳐 돌아다녔는데 최근 반년동안 서른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밥이 되었다. 해당 지역의 군수들은 유령에게 꽤 많은 현상금을 걸어놓았고 그래도 잡히지 않아 세 사람의 군수들이 모여 공동대책을 세웠다.

그래도 유령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원주민 사냥꾼은 놈이 범이 틀림없다고 주장했고 목격자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다른 병사 출신의 영국인 사냥꾼은 인도 원주민들의 증언은 제멋대로 늘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믿을 것이 못된다고 반박했다. 그 사냥꾼은 범인이 표범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그가 본을 떠 제시한 범인의 발자국은 범보다는 좀 작은 것 같았다.

표범인 것 같았다. 사실 인도에서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으로 여겨진 사례 가운데 범 아닌 표범의 소행으로 밝혀지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범도 아니고 표범도 아니며 그건 들개라는 주장도 유력했다. 역시 그 주장에도 증인들이 있었다.

며칠 전 날이 어두워질 무렵 마을 어귀에 개들이 서너 마리 있었다. 그래서 아이 엄마들은 안심하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그게 실수였다. 잠시후 아이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가 봤는데 큰 개 같은 짐승이 저쪽 마을 어귀 쪽으로 여섯 살 된 아이를 물고 가는 것이었다.

그 일대에는 사람들에게 사육되다가 도망간 개들이 야수가 되어 다른 짐승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인근에 개들이 있었는 데도 싸우지도 않고 짖지도 않았다는 것도 그놈의 정체를 밝혀주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코벨트는 가장 최근 괴물이 여섯 살 된 계집아이를 물고 간 마을에 갔다. 그때까지 괴물을 쫓고 있던 현상금 사냥꾼 열서너 명이 모여 있었고 세 명의 군수들도 나와 있었다.

모두 현장을 조사하는 코벨트에 주목하고 있었다. 코벨트는 침착하게 현장 주변을 돌아보면서 발자국과 떨어져 있는 털이나 피해자의 유품들을 조사했다.

“범인은 누구입니까?”

군수의 물음에 코벨트는 머리를 저었다. 코벨트는 확증 없이는 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제 비가 내렸어요. 발자국이 확실히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범인을 잡는 일입니다. 범이든 표범이든 들개든 잡으면 됩니다.”

코벨트는 현장조사를 끝내고 일어섰다. 그는 천천히 추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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