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빌반도의 에스키모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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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부리는 40대의 에스키모였는데, 대부분 에스키모들이 그러하듯 늘 웃는 낯의 호인이었고 낙천가였다.
부리는 자기 집에서 한 달쯤 기숙할 수 없느냐는 밀튼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마침 썰매를 갖고 왔으니 당장 그걸 타고 가자는 말이었다.

생전 처음 에스키모 집에 기숙하겠다는 대학생도 대학생이었지만 당장 가자는 에스키모도 에스키모였다.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 생필품 판매점 지배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 미국인 지배인은 밀튼이 갖고 있는 짐들을 보고 그 대학생이 엉뚱한 짓을 일삼는 허풍선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짐들 중에는 직업등산가들이 사용하는 천막이 있었다. 아주 가벼우면서 튼튼한 고급천막이었다. 반자동 윈체스터 라이플도 손질이 잘 되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휴대용 풍로, 석유램프, 간편한 취사도구, 응급치료상자 등 빈틈이 없었다.

지배인은 그 대학생을 말리지 않기로 했다.
밀튼과 에스키모 부리는 출발했다.
밀튼이 시계를 보니 1시였다. 오후 1시가 아니라 새벽 1시였다. 말하자면 한밤중이었는데, 바다도 광야도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았다. 태양이 지지 않는 캐나다의 북극권이었다.

밀튼은 그제야 생필품 판매점이나 식당에 사람들이 드물었던 이유를 알았다. 태양이 떠 있어도 밤은 밤이었다.
썰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열네 마리의 개들이 끄는 썰매는 바다와 광야를 가리지 않고 달렸다. 얼음과 눈에 덮여 있는 바다와 광야는 구분도 할 수 없었다.

썰매는 계속 달렸다. 낮과 밤을 구분할 수가 없었으니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도 없었으나 부리는 썰매를 세웠다.
“바다표범이다. 바다표범이 구멍에서 나오고 있으니 한 마리 잡아가자. 개들에게 먹여야 되겠다.”

그러나 밀튼이 아무리 봐도 바다표범은 없었고 구멍도 없었다. 망원경으로 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에스키모들은 눈이 밝았다. 먼 곳에서 사냥감들을 찾아내야 할 그들은 서구사회 사람들보다 몇 배나 눈이 밝았다.

부리는 썰매에서 내려 걸어갔다. 100m쯤 걸어가더니 그 다음은 눈 위에 엎드려 기어갔다. 기어가고 있는데도 굉장히 빨랐다.
부리는 하얀 짐승껍질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밀튼은 그의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밀튼도 그래서 기어갔다. 한참 기어갔더니 부리의 모습이 보였다. 부리는 누운 자세로 총을 겨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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