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빌반도의 에스키모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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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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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쯤에는 밀튼의 망원경에 바다표범의 모습이 잡혔다. 기름덩이의 그 동물은 얼음판에 뚫린 구멍에서 나와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총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밀튼은 감탄했다. 부리가 갖고 있던 총은 캐나다 제품이었는데, 에스키모가 아니면 사는 사람이 없는 조악품이었다. 부리는 약 30m의 거리를 두고 그 고철 같은 라이플로 바다표범을 잡았는데, 탄환은 바다표범의 두개골을 뚫고 뇌에 박혀 있었다. 탄환은 뇌에 명중되어 바다표범을 즉사시켜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상당한 바다표범을 구멍 안으로 들어가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바다표범은 작살로 잡아야만 했다. 구멍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바다표범이 기어 나오면 작살로 찍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바다표범이 다시 구멍 안으로 도망갈 수 없었다.
부리는 그때 바다표범 사냥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생필품을 구입하려고 나갔기 때문에 작살을 갖고 가지 않았다. 그래서 라이플로 바다표범을 잡았는데, 정말 기가 막힌 솜씨였다.
부리는 잡은 바다표범을 그 자리에서 즉석 처리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냥꾼에게는 잡은 사냥감을 처분할 때가 가장 즐거운 때였지만 에스키모처럼 그때를 즐기는 사냥꾼들은 없었다. 에스키모는 마치 그때를 위하여 사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부리는 늘 갖고 다니는 칼로 바다표범의 껍질을 벗겼다. 고무처럼 매끄러운 껍질이 벗겨지자 하얀 지방층이 나왔는데, 부리는 두부처럼 부드러운 그 지방층을 조금 잘라 입에 넣었다.
“마마구도(맛있다). 마마구도.” 물론 날것을 그대로 먹었다.
에스키모라는 말은 미국 인디오의 말이었는데, ‘날것을 먹는다’는 뜻이었다. 에스키모는 그 말대로 무엇이든 날것으로 먹었다. 신선한 야채를 구할 수 없어 비타민이 부족했던 에스키모는 짐승들의 생고기에서 비타민을 섭취했다.
그들은 늘 자그마한 칼을 갖고 다녔는데, 그걸로 고기를 잘라 먹었고 칼에 묻은 피까지 깨끗이 핥아먹었다.
부리는 그 다음에는 바다표범의 위를 잘랐는데, 위 안에서는 조개들이 나왔다. 조개들은 껍데기를 벌리고 있었으나 아직 소화되지는 않았다. 에스키모들은 바다표범이나 바다코끼리의 위 안에서 나온 조개, 낙지, 고기 등을 최고의 음식으로 치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밀튼에게는 아무 맛도 없었다. 다른 음식보다 비린내는 좀 덜 했으나 도저히 ‘마마구도’가 아니었다.
부리는 먹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혓바닥, 간, 허파 등을 조금 잘라 먹고 역시 ‘마마구도’를 연발하더니 나중에는 도저히 눈으로 볼 수 없는 고약한 짓을 했다. 그는 바다표범의 장을 끄집어내더니 그걸 국수처럼 줄줄 빨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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