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빌반도의 에스키모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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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화장실이 집안에 있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에스키모들은 겨울 밤에는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고 영하 50도의 추위였다.

밀튼은 마침 대변을 보고 싶었으나 거기서는 볼 수 없었다. 밀튼은 밖으로 나갔다. 그때는 여름이고 기온이 0도 이상이었기 때문에 밀튼은 아무데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변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밀튼이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바지를 내리자 어디서 개들이 나타나 덤벼들었다. 대여섯 마리의 개들이 마치 잡아먹겠다는 듯이 덤벼들었으나 실제로 물어뜯지는 않았다.

개들은 바지를 내린 밀튼의 엉덩이를 다정하게 핥았다. 빨리 똥을 배출하라는 독촉이었다. 에스키모의 개들은 사람들의 똥을 좋아했다. 밀튼은 다시 눈집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곳에는 침실, 거실, 부엌, 작업실을 겸한 공간이 있었다. 열 평쯤 되었는데 바닥에는 판자가 깔려 있었다.
그곳에서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 난로가 있었고 고래기름이 타고 있었다.

가장 심한 냄새는 거기서 나고 다음은 방 안에 있는 몇 개의 통조림 깡통이었다. 그 집 주부가 그 깡통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부리의 마누라는 엄청난 엉덩이 밑에 깡통을 깔고 있었고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대변은 석유깡통에, 소변은 통조림 깡통에서 보는 것 같았는데 그 냄새가 고약했다.

또 다른 냄새는 사람들의 몸에서 났다. 그 방에는 모두 일곱 명의 식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일년 내내 목욕을 하지 않아 때가 덕지덕지 눌어붙어 있었다.

부리는 자기가 자는 잠자리 옆에 밀튼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그 옆에는 과부인 부리의 여동생이 자고 있었다. 밀튼은 그 여동생을 보고 기겁을 했다.

에스키모들은 캐리부의 껍질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그 옷은 모자와 상의와 하의가 모두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입는 속옷도 없고 위에 입는 덧옷도 없었다. 그것 하나만으로 영하 50도의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그 옷은 목 밑의 가슴 부분이 갈라져 사람들은 그리로 옷 안으로 들어간 다음 출입구를 닫고 끈으로 묶었다.
그런데 그때 부리의 과부 여동생은 더위에 못 이겨 그 옷을 반쯤 벗고 있었다. 캐리부의 털 속에 하얀 여인의 아랫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냄새가 거기서도 풍기고 있었다.

그 과부 여인이 잠에서 깨어나 아주 잘생긴 젊은 이방인에게 눈짓을 했으나 이방인은 죽을 지경이었다. 창 하나 없는 집이었으니 숨이 막혔다.
밀튼은 에스키모들과 동침을 할 계획을 우선 연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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