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빌반도의 에스키모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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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밀튼은 부리의 눈집에서 탈출했다. 그 집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밀튼은 웃으면서 기어나왔고 부리 등 그 집 사람들도 그저 웃고만 있었다. 아마 화장실에 가는 줄로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밀튼은 부리의 눈집에서 100m쯤 떨어져 있는 들판에 천막을 쳤다. 천막은 한 시간 만에 세워졌고 휴대용 석유램프와 난로로 천막 안이 밝고 따뜻해졌다.

문자 그대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기분이었다.
오래도록 잠을 자지 못했던 밀튼은 그대로 잠들었다.
밀튼이 잠에서 깨어나보니 언제 들어왔는 지 열 살쯤 되는 계집아이와 같은 나이 또래의 남자 아이가 밀튼의 물건들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밀튼이 먹다가 남겨둔 빵조각과 치즈 등이 없어졌는데, 사내 아이가 빵조각을 먹고 있었다.

불청객들이 계속 들어왔다. 50대의 영감 한 사람이 들어와 영어 단어를 몇 마디 섞어가면서 손짓 몸짓으로 자기는 이웃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감은 밀튼의 머리맡에 있던 담배를 허락도 없이 뽑아 들었다. 영감은 이가 빠진 입을 벌려 웃으면서 담배 맛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누라에게 주겠다면서 아예 담배 한 갑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영감뿐만이 아니었다. 부리와 그의 친구 두 명이 들어오더니 아직 짐꾸러미에서 꺼내놓지도 않은 위스키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밀튼은 그제야 에스키모들은 소유 관념이 희박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네 것 내 것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았으며 특히 먹는 것에 대해서는 그랬다.

그들이 살고 있는 상황이 그랬다. 온 세계의 에스키모들이 다 모여도 선진국의 큰 축구경기장 하나도 다 채우지 못했다. 눈과 얼음에 덮인 극한의 지역에서 몇 백리에 한 명쯤 살고 있는 고독한 그들이었기에 사람들이 모이면 네 것 내 것 가릴 필요가 없었다.

밀튼은 그걸 알았다. 에스키모들과 함께 살면서 혼자서 자기의 물건을 움켜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밀튼은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 중에서 식량이나 담배, 술 따위의 소모품들은 모두 풀어주기로 했다. 그 대신 자기도 다른 에스키모들이 갖고 있는 식량 등 소모품들을 염치없이 얻어먹기로 했다.

밀튼의 천막을 방문하는 불청객들은 계속되었다. 아이들과 남자 어른들이 돌아가자 이번에는 여인들이 찾아왔다.
맨처음 찾아온 것은 과부인 부리의 여동생이었다. 그 과부는 아직 서른 살이 되지 않았는데도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각기 달랐다. 그 과부는 동거생활을 한 남편이 여섯 명이나 되었다. 동거생활을 하지 않은 남자는 스무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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