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빌반도의 에스키모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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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얼음 속에서 나온 바다코끼리들은 둥둥 떠다니는 얼음 조각 위로 올라가거나 빙원(氷原) 위로 올라가 일광욕을 하고 있었는데, 사냥꾼들은 그걸 노렸다. 사냥꾼들은 빙원 위에 올라온 바다코끼리들을 작살로 찍거나 총을 쏘아 잡았고 다른 사냥꾼들은 우마아크라고 불리는 보트를 타고 얼음 조각 위에 있는 바다코끼리들을 총으로 잡았다.

부리와 밀튼이 사냥터에 도착했을 때에는 미셀 일당은 이미 저쪽 바다에서 사냥을 시작하고 있었다. 미셀이 우마아크를 타고 떠도는 얼음 조각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총을 쏘고 있었는데, 그는 이미 세 마리의 바다코끼리를 잡아놓고 있었다. 바다코끼리는 한 마리의 몸무게가 몇 백㎏나 되고 큰 놈은 1t이 넘기도 했기 때문에 세 마리를 잡았다는 것은 대단한 수확이었다.

부리 마을 사냥꾼들도 역시 우마아크를 타고 사냥을 시작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세 시간에 부리가 겨우 어린 바다코끼리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이었는데, 그동안 미셀 일당은 큰 놈을 두 마리나 더 잡았다.

“당신은 멜빌반도에서는 으뜸가는 사냥꾼이라고 했는데, 미셀보다는 못한 것 같은데….”

부리는 밀튼의 말을 시인했다.

“총 솜씨는 내가 으뜸이지만 미셀은 장비가 좋다.”
그런 것 같았다. 부리의 총은 형편없는 캐나다제였으나 미셀은 최신형 미국제 연발 라이플을 갖고 있었다. 보트도 달랐다. 우마아크는 에스키모들이 짐승가죽으로 만든 보트였는데, 같은 우마아크라도 미셀이 타고 있는 것은 크고 견고하면서도 아주 가볍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으나 부리의 것은 그렇지 못했다.

그날의 사냥 성과는 미셀측이 일곱 마리를 잡는 데 비해 부리측은 겨우 세 마리에 그쳤다. 그나마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밀튼이 잡은 것이었다. 밀튼은 바닷가에 있다가 사냥꾼들에게 쫓겨오는 바다코끼리 한 마리를 잡았다. 300m나 되는 원거리였으나 밀튼의 윈체스터 반자동 5연발 라이플이 연달아 불을 뿜어 잡았다.

에스키모 사냥꾼들은 그걸 보고 놀랐다. 부리 마을 사냥꾼들뿐만이 아니라 미셀측 사냥꾼들도 밀튼의 사격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부리는 만족했다. 사실 세 마리의 바다코끼리를 한꺼번에 잡은 일은 드물었다. 부리 마을 사냥꾼들은 모두 얼음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또 얼음집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미셀은 그때도 오지 않았다. 일부러 사람을 보내 초청을 했는데도 미셀 일당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밀튼은 미셀이라는 에스키모 사냥꾼에게 주목했다. 그는 예사 에스키모가 아니었다. 다른 에스키모들처럼 헤프게 웃지도 않았고 경솔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는 차갑게 보일 정도로 침착했다. 특히 밀튼을 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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