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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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유난히도 ‘백록담’이 세인들의 화제의 대상에 오른 느낌이다. 지난 부산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 때에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채화된 성화가 통일의 염원과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활활 타오르더니 이번 제주의 첫 창작 오페라 작품 역시 ‘백록담’이라는 제목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페라 무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점이나 이전에 제주에서 공연된 몇 작품들이 주로 서양 오페라였던 점에 비해 제주의 문화적 역량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느낌이 들어 자못 기대가 컸다.

한국의 창작 오페라 역사는 기껏해야 이제 50년을 갓 넘긴 상태다. 현제명의 오페라 ‘춘향전’(초연:1950년 5월 서울 부민관) 이후 시도된 여러 작품들은 주로 역사적 사건이나 위인들, 혹은 판소리 계열의 작품들인 데 비해 ‘백록담’은 유배인과 토착인의 삶을 그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이번 무대화된 오페라 ‘백록담’ 공연이 갖는 긍정적인 특색과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첫째,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펼쳐졌던 성악과 기악의 상충적 조화다. 아리아든 중창이든, 합창이든 모두 그랬다. 몇 부문에선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관악기쪽에 치중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기악의 역할이 성악 반주 개념을 뛰어넘은 것은 획기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이런 면이 강조되면 극중 인물의 가창 표현이 위축될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

둘째, 별도의 막을 설정하지 않고 연속되는 장으로만 처리함으로써 극의 진행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가져갔다. 무대 배경으로 위치하는 막 설정은 오페라 구성에서 시간, 장소, 행동의 삼일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별도의 막이 설정되지 않고, 간주곡이 없을 때는 무대 배경의 단조로움에 자칫 관객들이 지루해지기 쉬운 일면도 있긴 하다. 실례로 제3장의 경우 주인공 문길상의 부친이 조정에 끌려가 문초를 당하는 장면은 차라리 꿈을 꾸는 현재의 상황과 과거 문초를 당했던 사실을 2차원적으로 오버랩시키면서 진행시켰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셋째, 일관된 언어 구사와 악상 전개다. 극의 전개상 제주 사람들의 언어와 극 전체의 일관된 악상기법(특히 전통 음악적 표현)은 작품의 통일성을 심는 강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어도 사나’와 ‘방아타령’ 합창의 경우 제주민요의 느낌이 더 짙게 배어 나오게 한다거나, 피날레에서 무당이 출연하는 장면에 이를테면 ‘서우젯소리’ 가락이나 연물소리가 음악적으로 채워지면서 제주무속음악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았다.

넷째, 리브레토 구성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 나열이 아닌 설화적 흥미로움과의 조화를 도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점이 극의 진행상 나타나는 여러 요인들(구슬이와 설문대 할망의 얼개, 구슬이와 문길상의 사랑의 단초, 도피처로서 백록담 설정 등)과 사건 전개상 개연성 결핍의 문제로 제기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진정한 제주의 음악극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훗날 이 작품이 중앙 무대에서건 혹은 남북 교류의 장에서건 제주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면서 당당히 나설 때를 기다린다.

<현행복씨·성악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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