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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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표범은 늑대보다 민첩했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한 공격을 하면 한두 마리의 늑대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으나 그 자신도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늑대에게도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물리면 살이 찢어졌다. 대가리나 다리에 부상을 입으면 표범은 사냥을 할 수 없었다. 정교한 기계처럼 몸의 각 부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표범은 그 어느 부분에 상처를 입어도 치명상이 될 수 있었다.

상처를 입어도 마구 덤벼드는 늑대들의 막가는 공격에 표범은 대항할 수가 없었다. 표범이 먹이를 내놓았다. 표범은 먹이를 빼앗긴 분을 참고 계속 위쪽으로 물러났다.

싸움은 늑대들의 승리였다.
중들은 더 이상 표범을 추격하지 않았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으므로 중들은 표범사냥을 포기했다.

살생을 싫어하는 중들이었기 때문에 표범을 쫓아버리면 그것으로 임무가 끝나는 셈이었다.
주지 스님은 늑대들과 표범의 싸움 얘기를 듣고 웃었다. 표범이 늑대들에게 당했다는 얘기가 고소했다.

“늑대들이 그렇게 센 줄 몰랐는데….”
그러나 늑대들의 승리를 축하해줄 일이 아니었다.
그 지역 늑대들도 표범 못지 않은 말썽꾼들이었고 무서운 살육자들이었다. 그 곳의 늑대는 조선반도 남쪽에 있는 늑대들보다 훨씬 덩치가 컸고 힘도 셌다. 그리고 더 사납고 잔인했다.

산사의 주변에 있는 바위산 등에는 늑대의 가족무리들이 서너 개쯤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표범뿐만 아니라 곰의 먹이도 약탈했다.
늑대의 가족무리는 보통 열서너 마리쯤 되었는데 그들은 각기 자기들의 영토를 갖고 있어 평소에는 피투성이의 영토싸움을 하고 있었으나 강한 외적과 싸울 때는 각 무리들이 협동했다.

두파의 가족 무리가 합쳐도 그 전력은 스무 마리나 되었으므로 표범, 곰은 물론이고 그 일대를 자기의 영토로 알고 있는 범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범은 늑대들이 서식하는 지역에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늑대들은 산골마을에 들어와 가축들을 끌고 갔고 때로는 어린 아이까지 물고가는 일이 있었다. 산골마을 사람들은 표범 못지 않게 늑대들도 미워했다.

그러나 늑대가 사람을 잡아먹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산사에서 사는 중들은 늑대들과는 일종의 불가침조약을 맺고 있었다. 서로 만나도 모른 체 했다. 절밖에 있는 쓰레기터에 늑대들이 돌아다니는 일이 있었으나 중들은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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