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짐승 저런 짐승(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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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자기 영토에서 설치던 불곰을 죽인 범은 며칠 후에 돌아갔다.

그러나 짐승들의 싸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표범이 나올 차례였다.

그 표범은 오래전부터 산골 마을의 가축들을 물고 갔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는 나무꾼들을 습격하여 그 중 한 사람을 잡아먹은 놈이었다. 숙적인 범이 사라지자 표범은 이젠 내 세상이 왔다고 산골 마을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표범이 멧돼지에게 당했다. 그리 크지도 않은 젊은 멧돼지였기에 표범은 마음 놓고 덤벼들었다. 표범은 정면에서 덤벼들어 멧돼지의 콧등을 물고 쓰러트렸다. 멧돼지의 콧등은 신경과 혈관 등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를 물리면 멧돼지는 맥을 추지 못했다.

표범은 멧돼지를 그렇게 잡았으나 그만 실수를 했다. 몸과 몸이 부딪쳤을 때 멧돼지의 어금니가 표범의 어깨를 스쳤다. 그저 스쳤을 뿐이었으나 멧돼지의 어금니는 면도칼처럼 예리했다.

표범이 실수를 한 것인지 너무 늙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상처는 표범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표범은 상처를 입고도 그 먹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100㎏이 넘는 멧돼지는 표범에게는 큰 먹이였다. 그래서 표범은 그 먹이를 산림 안으로 끌고가 나무 위로 끌어올렸다. 자기 몸보다 더 무거운 먹이를 4~5m 높이의 나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늑대들이 그걸 알고 그 나무를 포위했다. 열 마리나 되는 늑대 무리들이어서 표범은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성한 몸 같으면 그랬을는지도 몰랐으나 표범은 상처를 입고 있었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봄날이어서 상처가 곪았다. 표범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다.

늑대들은 집요했다. 늑대들은 그렇게 한 번 먹이를 노리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늑대들은 그 수가 점점 늘어나 서른 마리나 되었다. 그들은 교대로 나무 밑을 지키고 있었다.

표범은 견디다 못해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멧돼지의 사체를 밑으로 떨어트렸다. 먹이를 내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늑대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수십 마리의 늑대들은 멧돼지의 사체를 다 뜯어먹고도 나무 밑에서 떠나지 않았다. 표범마저 잡아먹겠다는 것이었다.

그 표범은 처참하게 죽었다. 곪은 상처가 점점 심해져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죽은 멧돼지의 원한이 표범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표범은 나흘 후에 나무에서 떨어져 늑대들의 밥이 되었다.

“나무아미타불.”

그 이야기를 듣고 주지 스님은 합장했다. 그 표범은 너무 살생을 많이 했다. 그놈이 죽은 것은 인과응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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