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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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루이스는 그날은 총을 들고 학자들의 뒤를 따라갔다. 학자들은 사자와 비비들의 싸움을 관찰하려고 했는데 그건 위험했다. 싸움을 하려는 동물들은 신경과민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랐다.

사자들은 살기를 띠고 있었다. 우두머리인 검은갈기가 앞머리에 서고 젊은 수컷 두 마리와 암컷 두 마리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사자들의 눈빛이 심상찮았다.

우두머리인 검은갈기가 앞머리에 섰다는 자체부터가 싸움을 예고하고 있었다. 사자의 사회에서는 우두머리가 하는 일은 외적을 물리치는 일이었다. 먹이사냥 등 일상적인 일은 모두 암컷들이 했다.

사자들은 천천히 비비들에게 다가섰다. 천천히 다가오는 것은 비비들에게 물러날 여유를 주려는 것이었는데 비비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비비 무리들의 우두머리인 폭군이 흰개미집 위에 올라가 사방을 살피고 있었고 그 옆에 친위부대인 젊은 수컷 서너 마리가 붙어 있었다.

비비 두목 폭군이 사자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자 두목인 검은갈기와 시선이 마주쳤으나 폭군은 물러나지 않았다. 검은갈기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거리가 20~30m로 단축되어도 폭군은 사자들을 무시했다. 어쩌자는 것일까. 그만한 거리라면 사자는 단숨에 닿을 수 있었다. 출발점에서부터 폭발적인 속력을 내는 사자는 1, 2초 이내에 비비들을 덮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비비 두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곳 비비는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활동하는 원숭이 종류였기 때문에 꽤 빨리 달릴 수 있었으나 사자에 비할 속력은 아니었다.

비비 두목 폭군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폭군은 몸무게가 60㎏이나 나가는 큰 원숭이었고 어깨에 근육이 불거지고 긴 갈기가 있었다. 폭군은 다부지고 당당한 놈이었다.

사자들을 보는 폭군의 태도는 상대를 위협하는 싸움꾼의 태도였다. ‘덤빌 테면 덤벼’라는 시위였다.

어이가 없었다. 여류학자들은 무서운 참사를 예감했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비비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사자와 비비들을 잘 아는 루이스는 여류학자들에게 비비들이 쉽게 사자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사자들을 보는 비비 두목의 눈빛에는 오만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이까짓 무식한 놈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경멸이 있었다. 동시에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태도에는 호기가 있었다.

‘내가 누군데’라는 호기가 비비 두목의 태도에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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