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4)
맹수들의 영지(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명포수와 야수
검은갈기가 으르렁거렸다.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고 귀가 납짝 붙었으며 꼬리가 뻣뻣하게 섰다. 드디어 검은갈기가 뒷발로 땅을 찼다. 공격 개시였다.

그때 비비가 아가리를 벌리고 고함을 질렀다. 비비가 아가리를 벌리면 어금니가 들어난다. 길이가 6㎝나 되는 무시무시한 이빨이었으며 그 이빨에 찔리면 어떤 동물도 치명상을 입었다.

비비의 그런 반항을 보고 검은갈기가 주춤했으나 그렇다고 공격을 중지할 사자가 아니었다. 사자는 다시 도약했다. 그러나 폭군이 날카로운 고함을 질렀다. 폭군과 그 친위대인 젊은 수컷들은 그제야 뒷걸음을 쳤다.

비비들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후퇴했다. 폭군은 사자와 사람들이 있는 곳의 거리를 재어 가면서 반격을 하는 시늉을 했고 사자들이 다시 주춤했다.

비비들은 그 사이에 몸을 돌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 왔다.

아무래도 그건 미리 계산된 작전인 것 같았다. 영리한 비비 두목은 같은 영장류인 사람의 힘을 빌리려고 했다. 그놈은 사람들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같은 사람이라도 원주민들은 비비들과 적대관계에 있었으나 피부가 흰 사람들은 그동안의 관찰 결과 자기들에게 적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자들이 공격을 중단했다. 도망 가는 비비들을 따라 사람들이 있는 곳에까지 뛰어들 수 없었다.

검은갈기는 몸을 돌렸다. 검은갈기는 체면을 살리려는 듯이 천천히 자기들의 영지로 돌아갔다.

비비들도 날이 어두워지자 산림 안으로 돌아갔다. 본디 비비들은 그 곳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산에 영지가 있었으나 그 바위산에 돌아가지 않고 바위산과 사바나의 사이에 있는 잡목림으로 들어갔다.

잡목림에는 키가 5, 6m쯤 되는 나무들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비비들은 그 나무 위에 올라갔다. 바위산까지 갈 것 없이 산림에서 밤을 보내고 날이 밝으면 다시 사바나를 점령할 생각인 것 같았다.

비비들은 산림과 사바나의 일각까지를 자기들의 영지로 간주하고 있었다. 비비들은 모험을 하고 있었다. 원숭이 종류의 짐승이 나무에서 내려와 초원에서 살겠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그건 같은 조상을 갖고 있는 인간들이 오래 전에 시도했던 진화의 과정이었는데 비비가 과연 인간 다음으로 그 과정을 밟으려는 것일까.

바위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바나와 산림의 중간지점에서 밤을 새우겠다는 작전도 위험했다.

비비는 인간처럼 밤눈이 어두웠는데 밤에 사냥을 하는 밤짐승들이 있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