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들의 영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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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야생동물관리소는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그 인근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명도 보호해야만 했다. 소장 루이스는 사람들과 가까운 혈연인 영장류 소속 비비들을 특히 보호하려고 했는데, 더구나 사람 자체는 가장 중요한 보호대상이었다. 관리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기록서류에는 5년 전에 바위산에 들어간 원주민 다섯 사람이 비비들의 반격을 받고 부상을 당해 그 중 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기입되어 있었다.

원주민 사냥꾼들은 바위산에 들어가면 안 된다. 그곳에서 수십 년 동안 살고 있는 비비들은 사람들이 쏘는 화살이나 던지는 창이 어디까지 날아온다는 한계선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안전지대 안이라도 화살이나 창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바위나 동굴도 알고 있었다. 비비들은 그런 바위 사이나 동굴 안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을 기습했다. 바위산에서의 비비들의 반격은 기민했으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덤벼든 비비들은 길이가 5㎝나 되는 어금니로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발명한 전쟁도구인 활이나 창이 제대로 쓰일 수 없었다.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비비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비들은 바위 위에서 돌이나 흙을 던졌다. 그들이 던지는 돌은 정확하지 않았으나 흙먼지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다. 흙먼지 속에서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봉변을 당했다.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3년 전에 그곳에 들어간 백인들도 부상을 입고 간신히 도망친 일이 있었다. 그들은 총을 갖고 있었으나 총도 소용이 없었다.

루이스는 함께 바위산에 들어가겠다는 세실여사와 인겔드양을 말렸으나 여류학자들은 위험한 지역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루이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원주민 사냥꾼들이 바위산을 포위하고 6, 7명으로 편성된 특공대들이 바위산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상했다. 바위산이 조용했고 비비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활을 쏘거나 창을 날릴 과녁이 없었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늦은 오후였으며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그래도 사냥을 중단하지 않았다. 비비들은 낮에 활동하는 짐승들이었고 밤눈이 어두웠다. 사냥꾼들은 날이 어두워지더라도 공격을 할 생각들이었다.

사냥꾼들은 횃불을 준비하고 있었다. 횃불로 앞을 밝히고 그걸 무기로 던질 계획이었다. 그 계획은 성공할 것 같기도 했으나 역으로 실패할지도 몰랐다.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영장류인 비비들은 불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비들은 다른 야생짐승들처럼 불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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