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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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무산의 범들은 100㎢나 되는 광대한 영지를 갖고 있었는데 불곰의 영지는 보통 20㎢를 넘지 않았다. 불곰들은 범의 영지안에 자기들의 영지를 갖고 있었으며 범들은 그곳을 일종의 자치지역으로 보고 함부로 침범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범과 불곰은 가끔 충돌을 했고 그럴때는 둘중 한쪽이 죽기도 했다.

그런데 그 범들이 설치고 있었다. 그때는 범들의 생식기였으며 범들이 거칠어져 있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범들은 자기들끼리만 싸우는 것이 아니고 산림에서 움직이는 동물만 보면 덮어놓고 덤벼들어 찢어 죽였다.

그날밤 범들이 포효하고 있었다. 한마리가 아니었으며 세마리쯤 되는 것 같았다. 산날을 타고 돌아다니는 범은 영지권을 갖고 있는 대왕범이었으며 그놈은 자기 영지를 순찰하면서 침입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다른 두마리는 침엽수림안에서 포효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마리는 대왕범에게 도전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한마리는 짝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나무꾼들이 머물고 있는 산막이 위험합니다.”

이경학 포수가 말했다. 사실 범들이 나무꾼들의 산막 주변에서 포효하고 있었다. 나무꾼들의 산막은 포수마을의 서남쪽에 있는 침엽수림안에 있었는데 화전민마을이나 산골마을과도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그해 봄부터 열명쯤되는 나무꾼들과 목수들이 들어와 관아에서 쓰여질 건축용재를 잘라내고 있었다. 기둥으로 쓰여질 굵고 높은 나무들을 잘라놓고 나중에 운반할 계획이었다.

포수마을은 그들을 좋게 보지 않고 있었다. 산림에 이가 빠지듯 큰 나무들이 쓰러지는 것이 안타까웠고 관아의 힘을 믿고 우쭐대는 나무꾼들의 꼴도 보기싫었다.

함흥 관영은 포수마을 두령 장비장군의 부친인 장성대에게 그 용재들이 경복궁 재건에 쓰여진다는 점을 알려주고 포수마을이 나무꾼들을 도와주라고 통고했으나 장비장군은 시큰둥했다. 쫓아내지 않는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말이었다.

소금장수로 가장하여 나무꾼마을에 들어가봤던 정탐꾼 서영감도 나무꾼들이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산막은 영주(永住)할 집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통나무와 흙돌로 아무렇게나 지어놓았다.

거기다가 나무꾼들은 반년동안이나 고립되었으므로 식량도 거의 떨어졌고 겨울옷이나 침구들의 준비도 소홀했다.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박사원을 비롯한 그들은 모두 관리들이었다. 경복궁 재건에 쓰여질 용재를 마련하고 있는 그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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